[전문가 포럼] 디지털 시대엔 '인재의 스펙'이 달라진다
미국은 매년 그해의 색을 정해서 세상에 알린다. 2018년의 색은 ‘퍼플(purple·보라색)’이다. 매년 올해의 색을 정하는 미국 팬턴사는 “퍼플은 생각이 깊은 색이다. 우리가 미래를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오리지널, 진지함, 상상, 창의, 혁신의 뜻이 담겨 있다”고 올해의 색을 퍼플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필자는 4년 전 《퍼플 피플》이란 책을 출간했는데, 놀랍게도 이 책의 핵심 단어들과 팬턴사가 퍼플을 ‘Color of 2018’로 발표하면서 퍼플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들이 일치한다. 필자는 《퍼플 피플》을 출간하면서 ‘퍼플칼라(collar·윗옷의 깃)’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블루칼라(생산직 직원)’와 ‘화이트칼라(사무직 직원)’와는 차별화된 인재를 표현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소개한 바 있다. 산업화시대 이후 세계 기업인들이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로 양분해 근로자를 분리하던 관습은 저물어가는 산업화시대와 함께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누구보다 먼저 소개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표현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의 커다란 변화는 일하는 방법을 빠른 속도로 바꿔 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산업화시대를 확장하면서 해오던 일들을 기술이 대체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앞으로 인간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다. 연간 100만 대 생산으로 100년 전 산업화시대의 전성기를 시작한 미국 포드자동차의 시가총액은 출범한 지 10여 년밖에 안 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테슬라에 밀리고 있다. 산업화시대를 만들어낸 거의 모든 분야의 대기업이 그 운영체제와 생산방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새로운 기술로 그 역할을 대체해가는 신흥 강자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변해야 살아남는 거대한 변화의 시대이기에, 일하는 방식과 기업에 필요한 인재의 ‘스펙’이 달라진다. 산업화시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온 인력들이 변화하는 새 시대에도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30년간 디자인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업과 기업인, 근로자가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필자의 눈에는 실리콘밸리를 만들어가는 인재의 모습이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로 보이지 않았던 시점에 《퍼플 피플》이란 책을 쓰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일론 머스크, 제프 베저스 등 실리콘밸리를 만들어가는 영웅들은 산업화시대의 기업가를 뛰어넘는 기업가다. 그들은 그들의 꿈을 함께 이뤄갈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능력을 갖춘 스타다. 그들은 과거의 잣대로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를 채용해 ‘당근과 채찍’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단순 논리를 뛰어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주역들은 일을 향한 마음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필자는 그들에게서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퍼플칼라’를 떠올리게 됐다. 필자가 새롭게 지칭한 퍼플칼라의 차이점은 그들이 ‘일을 하는 이유’에 있다. 퍼플칼라가 일하는 이유는 첫째, 그들 스스로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둘째, 그들이 하는 일의 결과가 남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두 개의 이유는 그들에게 보통의 근로자보다 뛰어난 발상과 성공을 향한 열정에 몰입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런 인재가 도전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생각지 못한 일들이 많다. 따라서 도전하기 쉽지 않고 실패 가능성도 크다. 이런 일에 도전하고 몰입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필자는 ‘퍼플 피플’이라 부른다. 이런 ‘퍼플 피플’ 컬처를 우리나라 젊은 주역들도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바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는 디지털 세대가 주역이 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발전하는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 디지털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젊은 인재를 발탁하고 원로들은 중요한 일을 양보해야 한다. 둘째, 젊은 세대가 책임을 느끼고 윗세대를 설득해야 한다. 세대 간 대화와 소통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