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시장으로 급성장한 국내 웹툰산업이 불법 해적 사이트에 의해 휘청거리고 있다고 한다. 한경 보도(3월24일자 A26면)에 따르면 ‘밤토끼’ 등 불법 해적 사이트의 방문 건수는 월 12억 건으로 1위인 네이버웹툰(10억 건)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역전된 뒤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들 사이트는 웹툰 양대 산맥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은 물론 유료 플랫폼인 레진코믹스 등에서 연재되는 다양한 웹툰을 고스란히 도둑질해 버젓이 무료로 게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웹툰의 40%가량이 해적 사이트에 도둑질 당했다. 정부가 파악한 해적 사이트만도 70개를 넘어섰다. 업계 추산 피해액은 2000억원 안팎으로, 합법 시장의 30% 규모에 해당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이트는 국내 경찰의 수사망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성매매 성인용품 도박 등 불법 사이트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광고비는 주로 가상화폐로 결제하고 있어 더욱 적발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현지 경찰 역시 다른 나라의 저작권 침해 사건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 뾰족한 단속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단속이 힘들어도 이런 불법 사이트를 정부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미·중 간 무역전쟁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이 최대 6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은 지재권 침해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미국의 이런 공세가 한국을 향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과거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불법 복제 등을 문제 삼으면서 한국이 ‘감시대상국’이 된 적이 있다. 비슷한 일이 언제 또 반복될지 모른다. 정부는 국내 산업 보호는 물론 만약에 있을지 모를 지재 권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국회 역시 저작권 침해 사이트의 통신망 접속 차단 등을 골자로 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관련 업계가 “불법 웹툰 사이트를 차라리 해킹해 달라”고까지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