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가 최근 ‘KAIST 비전 2031’을 발표했다. 개교 60주년을 맞는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담은 ‘재개교 선언’이다. 교육, 연구, 기술사업화, 국제화, 미래전략 등 5개 분야 혁신안도 제시했다. 10대 연구과제 세계 1위 달성, 퇴임 원로교수의 연구성과를 젊은 교수들이 승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는 초세대연구사업 시행, 융합기초학부 신설 등 국내 대학들에 혁신모델이 될 만한 구체적 실행방안들도 주목받고 있다.

KAIST가 ‘비전 2031’을 내놓은 것은 미래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1971년 개교한 KAIST가 한국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간 1만2375명의 박사를 포함해 모두 6만112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KAIST 동문 창업 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56개로 3만2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연간 13조600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한국 과학 인재 양성의 산실이자 벤처사관학교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현 교육 시스템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KAIST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이 학교 출신 신성철 총장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외국 교육기관과 비교하면 갈 길이 먼 게 현실이다. 글로벌 경쟁력은 잘해야 40위권이다. KAIST를 벤치마킹해 1991년 개교한 홍콩과학기술대(HKUST),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등 후발주자들이 모두 KAIST를 추월했다. 난양공대가 우수한 KAIST 교수에게 5배 많은 연봉을 제시하며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재원이 모자라 손쓸 방법조차 없다.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인재 키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2050년까지 42개 대학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만들겠다는 ‘더블 퍼스트 클래스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10억달러를 들여 응용과학 분야 초대형 연구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과학과 산업기술 인재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1971년 KAIST의 개교 청사진을 제시했던 ‘터먼 보고서’에 이은 이번 재개교 프로젝트가 꼭 성공하길 응원한다. 공학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