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으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어제 문 대통령과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미래지향 공동선언’을 통해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전방위로 확산키로 약속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자 2위 교역국이고, 베트남은 한국의 3위 교역 상대다. 2년 뒤엔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한국의 2위 수출국이 될 것이란 전망(무역협회)까지 나왔다.

경제적 긴밀도가 높아질수록 민간의 문화, 왕래, 협력 등도 활성화된다. 한국의 한류와 패션, 베트남의 관광과 음식 등은 양국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 중국에 인접한 동병상련의 역사, 유교 전통과 쌀문화, 의욕 있고 근면한 국민성 등도 닮은꼴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신(新)남방정책의 모범사례다.

하지만 베트남과 가까워질수록 아쉬움도 생긴다. 다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여서다. 아세안에는 인구·자원대국(인도네시아) 자원부국(브루나이)이 있고, 선진국(싱가포르)이 있는가 하면 한국의 성공경험을 배우고 싶어하는 개도국(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이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처럼 협력을 기대하는 전통의 우방도 있다.

아세안이 ‘다양성 속의 동등(equality) 원칙’을 지향하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10개 회원국이 매년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고, 인구·경제력과 무관하게 똑같이 분담금을 낸다. 종교와 언어, 정치체제도 제각각이다. 베트남 ‘쏠림’이 혹여 다른 나라들에 대한 ‘홀대’로 비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동남아에는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나라가 많다. 일본은 40년간 공들였고, 중국은 물량공세로 접근 중이다. 뒤늦게 가세한 한국으로선 쉽지 않은 외교·경제 전쟁터다. 한국 상품과 한류가 현지에서 인기 있다고 해서 우리가 다가가면 금방 지한(知韓)국가가 될 것이란 기대는 오산이다. 동남아를 단순 수출시장이 아니라, 진정한 협력 파트너로 만들려는 노력이 신남방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