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어제 헌법의 경제부문, 지방자치 등에 관한 2차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전문(全文)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넣고 경제민주화를 강화해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 일변도여서 심각한 논란을 야기한다. 그제 1차로 내놓은 기본권에 이어 경제분야까지 시장경제의 본질을 부인하고 재산권을 제한하고 있어, 과연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의 헌법인지 의문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이번 경제분야 개헌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에 대한 몰이해와 국가의 자의적 개입 여지를 활짝 열어놨다는 데 있다. 현행 헌법만 해도 국가가 토지, 주택, 중소기업, 농어촌, 과학기술 등 다방면에 개입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도 개헌안에는 토지공개념, 상생, 소상공인 보호, 사회적경제 진흥 등을 추가하겠다고 한다. 기존의 과잉개입 조항을 빼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더 많은 간섭 조항을 넣겠다는 것이다. 국민 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이 거꾸로 침해하게 돼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토지공개념부터 그렇다. 토지는 희소한 자원이다. 희소한 자원일수록 그 배분과 이용은 경제주체들의 이윤동기와 가격에 의해 시장에서 이뤄질 때 가장 효율적이다. 이런 시장원리를 부인하고 ‘필요한 경우’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토지에 대해 제한이나 의무를 두겠다는 것은 판단의 자의성과 재산권의 불확실성을 키울 공산이 크다.

경제민주화 강화 조항들도 ‘재산권, 사적 자치, 자기책임’이라는 근대 민법의 3대 원칙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 119조 1항(시장 자유와 창의)의 보완적 개념인 119조 2항(경제민주화)에 ‘상생’을 추가하는 것은 자칫 결과의 평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 또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진흥을 위한 국가 의무를 신설할 경우 정치적 목적이나 정실주의에 의해 오염될 소지가 크다. 소상공인을 별도 보호·육성 대상으로 삼기에 앞서 그간 골목상권 보호조치의 실효성부터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경제조항은 개헌 때마다 늘어, 제헌의회 때 6개이던 것이 현행 헌법은 18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이번 개헌안은 뺄셈 없이 덧셈만 있다. 국가가 모든 경제활동에 개입할 수 있게끔 시시콜콜 규정해 법의 추상성·보편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그 끝은 국가만능주의일 것이다.

국가 헌법은 입법과 경제정책에 대한 집단적·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의 기반이다. 그런 헌법이 경제적 자유를 옥죄고 재산권을 침해하면 경제 번영도, 상생도 기대할 수 없다. 지금 절실한 것은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활성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