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라리 국토교통부나 서울시가 나를 고발해 카풀 중개 서비스의 위법 여부를 가려 달라”고 말했다(한경 3월21일자 A5면 참조). 그는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가면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며 “어떻게든 빨리 결론을 내려만 달라”고 호소했다.

스타트업 대표가 대기업도 두려워한다는 ‘고발 조치’를 자청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규제 당국이 카풀 중개 서비스 불법 논란에 불을 지펴 놓고는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 수개월째 해결책 마련에 뒷짐을 지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카풀 앱을 비판적으로 보는 관료들이 앱을 이용해봤으면 일을 이렇게 처리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규제와 기득권 장벽 탓에 신(新)사업이 싹조차 제대로 틔우지 못하는 이 나라 현실의 전형이다.

한국에선 신기술·신산업이 등장하면 관료들은 몸부터 사리고, 이익집단은 ‘생존권 투쟁’을 내세워 강력 반발한다. 공청회 저지, 정치권에 대한 압력 행사 등은 너무도 흔한 장면이 됐다. 그러다 보니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도 시행 중인 원격의료 등이 10년 넘게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우버 등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중 국내에선 온갖 규제에 걸려 70%도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판이다.

역대 정부들이 지난 20년 가까이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한국은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혁파하고 기득권 반발을 넘어 진입장벽을 허무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그것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게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초 강조했듯이 ‘시도된 적이 없는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 방식’이 아니고는 규제개혁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