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현지에서 발생한 6건의 현대·기아자동차 사고와 관련해 에어백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갈 길 바쁜 현대·기아차로서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자동차 리콜은 상황 전개에 따라 리콜만으로 끝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강화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를 생각하면 그런 우려를 더욱 떨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일본차, 유럽차를 주로 겨냥해온 미국의 공세가 현대·기아차로도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쩌면 이번 사태와도 관련이 있을지 모를 미국의 통상압력 고조 역시 한국 자동차산업을 조여오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문제 삼을 때부터 자동차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무성했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와 관련, 한국이 이를 면제받고자 한다면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내로 눈을 돌리더라도 자동차 업계엔 현안이 적지 않다. 당장 한국GM 사태가 어떻게 귀결될지가 변수다. 이건 GM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글로벌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되찾을 수 없다면 그 부정적 여파가 한국GM을 넘어 다른 자동차 회사로 파급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강성노조의 임금투쟁으로 국내에서 자동차 생산공장 건설 소식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고비용·저효율’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정부의 친노동정책으로 산업현장의 혼돈상황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밖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미래차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로 질주를 하고 싶어도 충전소 등 미흡한 인프라가 발목을 잡는 게 현실이다.

리콜 사태, 한·미 FTA, 한국GM 문제, 노조, 4차 산업혁명 등 안팎에서 가해지는 5중고(重苦)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상징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이대로 앉아서 죽을지, 아니면 과감한 혁신에 나설지 기로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