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보건산업 창업 활성화로 일자리 늘린다
세계 보건산업 시장은 연평균 5%씩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2015년 9조달러에서 2020년 11조600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이 연 1%, 자동차 시장이 연 3%의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세계 각국은 보건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한국 역시 보건산업 발전 잠재력이 충분하다.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수출은 2015년 86억달러에서 2017년 117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바이오벤처 창업이 2000년 108개에서 2016년 230개로 크게 늘어나는 등 이른바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다. 보건산업의 발전은 환자들에게는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해당 분야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보건산업 일자리 역시 2017년 83만1000명으로, 2012년(66만7000명)에 비해 25%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보건산업 분야는 연구 성과가 상용화되는 데에 막대한 시간과 투자가 소요된다.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도 매우 높다. 지원 체계가 잘 마련돼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창업을 원하는 연구자가 지원 프로그램이나 투자자를 직접 찾아야 하는 등 창업 초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2015년 ‘휴대용 내시경’ 제품을 내놓은 한 창업기업 대표는 “창업 초기 지식재산권, 제품 인허가, 제품개발비용 마련 등 여러 문제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발로 뛰어야 했고, 그로 인한 시행착오도 많았다”며 “창업기업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곳이 있으면 더 많은 이들이 더 쉽게 창업하는 것은 물론, 기업을 유지·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가 연구실의 성과가 창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업화 전 주기에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를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일 개소하는 이 센터는 특허법인, 벤처캐피털 등 민간과 협력해 창업기업에 대한 전문가 멘토링, 투자유치, 글로벌 네트워킹 등 기업의 성장 단계와 필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한다. 이를 통해 창업기업이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건너고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벤처 창업가들은 창업 후 3~7년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하는데, 이 기간 동안 상당수 창업기업들이 투자유치를 하지 못해 소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보건산업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유전정보와의 기술 융합을 통해 차세대 치료제와 융복합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고, 보건산업을 혁신성장 선도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신약개발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수술로봇·마이크로의료로봇 등 다양한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에 투자하며, 신약과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보건산업 분야의 혁신적·도전적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보건산업 초기 기술창업 펀드’를 조성해 8월부터 초기 기업들이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보건산업은 매출 10억원당 16.7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으며, 이는 전 산업 평균 대비 2배 수준이다. 청년과 정규직, 고학력자 등 고용의 질도 높은 편이다. 보건산업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투자를 통해 환자의 수요에 맞는 신약과 의료기기를 효과적으로 개발하고 신속하게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국민에게 건강과 일자리, 기업에 고부가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