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교육부 손떼야 직업고 살아나는 역설
2010년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취임한 이주호 장관이 가장 애를 쓴 정책은 선취업·후진학 모델의 정착이었다. 재직자특별전형을 신설하는 등 직업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직업고(高)에 대한 정부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그 시절에도 이 장관은 주변에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직업교육은 교육부 안에서 늘 잊혀진 분야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직업고의 68%가 정원을 못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직업고의 정체성도 흐릿해졌다. 해외 유학반을 운영 중이거나 입시에 강한 직업고가 인기를 끌 정도다.

이쯤 되면 교육부가 키를 쥐고 있는 직업교육 정책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만하다. 교육부 내에서조차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고위 관계자는 “목소리 큰 집단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입시 및 대학 정책과 비교하면 직업고 정책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자평했다. 연 4조원이 풀리는 국가장학금도 대학 진학을 해야 받을 수 있지, 직업고 학생들에겐 언감생심이다. 교육부 추정에 따르면 직업고 학생 중 절반가량이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 환경에 처해 있는데도 말이다.

교육 자치의 주역인 교육감도 직업고에 무관심하긴 마찬가지다. ‘득표’에만 혈안이라 전체 고교생의 18%에 불과한 직업고 학생에게 예산을 배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수의 지배’란 측면에선 교원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직업고의 소년·소녀 가장들이 ‘열정페이’를 지불해 가면서도 조기 취업에 애를 쓰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학생 인권만 교과서처럼 부르짖는다.

정부가 올 7월을 목표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아예 판을 바꿀 것을 주문한다. 실패를 거듭해온 교육부와 교육청이 직업교육에서 손을 떼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농고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할하는 식으로 전문성을 키우고, 교육청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기업과 연계해 직업고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원 양성에만 신경 쓰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아이디어’로 나왔던 안이니 재고해볼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