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중국 시진핑 1인 지배체제는 성공할까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헌법 개정안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돼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졌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도 헌법 전문에 삽입됐다. 시진핑의 정치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로써 덩샤오핑이 구축한 집단지도체제, 임기제한 및 격대지정(隔代指定: 현재 지도자가 차기가 아닌, 한 대를 넘어 그 다음 지도자를 미리 정하는 일)의 3대 축이 무너졌다. ‘견제와 균형’ 대신 ‘1인 지배’ 리더십을 중국몽(夢)과 강군몽의 추진 동력으로 선택했다.

지속 성장과 강국 건설을 위해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개헌의 핵심 논리다. 덩샤오핑 방식이 수명을 다해 새로운 국가 거버넌스가 요청된다는 주장이다. 개혁의 심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1인 지배 강화는 과감한 승부수다. 강한성당(强漢盛唐: 강한 한나라, 번성한 당나라)으로 상징되는 중화제국 부활을 위해 리더의 카리스마가 필수적이다. 중국인은 권위주의 지배에 익숙하다. 적정 성장과 민생 증진이 실현되면 반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 중심주의가 강화될 것이다. 헌법에 ‘중국 공산당의 지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보편적 특징이다’고 규정했다. 관료집단이 약화되고 실적주의 인사제도인 적우제(積優制)가 무력화될 소지가 크다.

서방 시각은 비판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장기 집권을 통해 강대국 지위를 획득,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개입과 견제를 통해 변화를 유도, 서구식 민주주의를 수용토록 하려는 시도는 한계에 봉착했다. 다원적 국가로 변신하기를 기대했지만 ‘1인 1표’의 다당제 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을 것임이 명백해졌다.

미·중 갈등이 필연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신중국을 대면하게 될 것”이라며 공격적 외교 정책을 예상한다. ‘미국 우선’ 정책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표류하는 가운데 중국식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를 강조하고 중국식 체제가 서구 민주주의 체제를 능가한다며 체제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드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주장처럼 주변국을 상대로 ‘21세기판 조공제도’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이 전면 대결로 악화될 확률은 크지 않다. 양국 관계는 협력적이면서도 경쟁적이다. 양국 지도자가 합리적 판단을 하는 한 대결이 불가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개혁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반도체, 인공지능, 전기차, 모바일 통신 부문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10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운영하고 내년까지 15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가채무 비율이 작년 260%까지 급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부채 증가는 위험한 궤도를 달리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를 촉구한다. 은행과 보험 감독기구 통합이 나온 배경이다. 리커창 총리가 질 높은 중속(中速) 성장을 강조한 것도 부채 의존 경제의 폭발력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녹록지 않다. 2030년까지 60세 이상 인구가 4분의 1에 달할 전망이다. 2015년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폐기에도 불구하고 작년 출산 인구가 감소했다. 시장개혁보다 당 우선 원칙이 강화되고 공공 부문 역할이 커지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흐름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경제 전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작년 대미(對美) 무역흑자가 3750억달러나 된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 주도 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자세다. 차세대 기술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중요 기술과 데이터가 중국에 넘어가는 것에 대한 워싱턴의 우려가 깊다. 알리바바 자회사 에인트파이낸셜의 머니그램 인수, 중국 투자자 그룹의 래티스 반도체 인수가 실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불허했다. 5세대 무선통신기술 개발 업체 퀄컴에 중국 자본이 참여하는 것을 안보 위협 요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인 화웨이는 1450개 핵심 기술 특허의 10%를 보유하고 있다. 과연 시진핑의 정치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