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의 데스크 시각] 로드맵 안보이는 정부의 경제정책
2018년은 우리 경제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동시에 실현된 원년이기 때문이다. 국민 대부분은 이 두 가지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부작용이 적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아우성이다. 변화는 근본적이고 큰데, 따라오는 대책은 단편적이고 부실하다. 부작용이 커질 때마다 땜질 처방만 반복하니 이젠 “도대체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이 두 가지를 밀어붙였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구조적 문제에 땜질 처방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청년일자리 정책도 이런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요 내용은 중소·중견기업이 직원 한 명을 채용하면 연 최대 900만원을 3년간 지급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는 5년간 소득세 면제, 전월세 보증금 저리 대출, 교통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것도 있지만 재정과 세제를 동원해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는 큰 틀에서 보면 대동소이하다.

청년실업은 구조적 문제이고 중소기업 지원도 자생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정부의 정책 틀은 요지부동이다. 몸이 변했는데 새 옷을 맞출 생각은 안 하고 기존 옷만 계속 수선하는 격이다. 야당도 재정 일변도의 지원 정책을 비난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반대해 실제 이 대책이 시행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돌이켜 보면 이런 단순 대책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서 논란이 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논의하지 않았다. 먼저 하거나 같이했어야 할 정책 과제였지만 최저임금을 올리고 나서 산입 범위를 재조정하겠다고 나섰다. 최저임금이 이미 결정됐는데 노동계가 들어줄 리 만무하다. 결국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정책 우선순위 정해야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유연근로제, 성과보상제, 근로방식 개선 등 충격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함께 논의됐어야 했다. 당장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오는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대기업은 그런대로 괜찮겠지만 중견기업은 그렇지 않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이 줄고,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노조나 근로자가 임금 삭감에 동의해 주지 않을 것이다. 노·사·정이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를 개별 기업에 떠넘긴 셈이다. 임금을 줄이지 않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노무사조차 시간외 근무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며 답답해했다. 이대로라면 정부는 또다시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기업에 재정을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가 경제 개혁의 로드맵이 없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중장기 정책보다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단기 처방만 난무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 슬로건 중 하나는 ‘일자리·소득주도 성장을 통한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의 전환’이다. 그런데 그 중심이 될 중소기업은 정부 재정에 의존해 버티는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강소기업일 것이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도 이 비전과 맞아야 한다. 일자리도 따지고 보면 이들 기업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