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를 담은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국회엔 ‘정기상여금 포함안’부터 ‘식비와 숙박비 등 후생복리적 임금 등을 넣는 안’까지 다섯 개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강력 저항하고 있는 데다 환노위 소속 일부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어서다. 어제 첫 환노위 회의에서부터 진통을 겪었다. 이들의 반대 논리는 “산입 범위를 넓히면 최저임금 도입 취지인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최저임금제도를 통한 보호가 필요한 편의점 음식점 등 영세업소의 취약계층 근로자들은 시간당 지급되는 급여 외에 다른 수당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양대노총에 소속된 대형 사업장 근로자들은 다르다. 기본급 외에 상여금, 성과급, 각종 수당, 교통비 등을 줄줄이 덧붙여 받는다. 통계청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상여금을 받는 비율은 정규직이 86.2%,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자는 21.4%에 불과했다. 시간외 수당을 받는 비율은 정규직은 59.2%인 데 비해 시간제 근로자는 11.3%에 그쳤다.

그런데도 법정 최저임금 판단 기준을 기본급으로 묶다보니 ‘배보다 큰 배꼽’을 챙기는 대형 사업장 근로자들만 살판 나게 만들어버렸다. 이런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덜컥 밀어붙인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거둔 ‘과실’을 대기업 노조원들이 순순히 돌려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애초부터 엄정하게 정하지 않은 정부와 국회의 잘못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외국과 비교해보면 정부와 국회가 얼마나 엉터리로 일을 그르쳤는지 알 수 있다. 중견 식품업체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델라웨어주는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이 8.5달러(약 9069원)다. 올해 7530원인 한국보다 훨씬 비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는 상여금과 교통비, 식비, 학자금 지원 등을 합하면 1만원이 훌쩍 넘는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상여금, 수당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연초부터 일자리가 줄고 생활물가는 줄줄이 오르고 있다. 거대노조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제도를 제대로 다듬지 않은 결과다. 국회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스스로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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