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블루오션 시프트] 전략적 가격 책정
“첫날에는 라인이 지나가는 20분 동안 부품 조립을 마치게 시키더군요. 그런데 이 시간이 점점 줄더니 며칠 뒤에는 3분으로 짧아졌어요. 숙달해서 될 일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했지요. 불필요한 부품을 없애는 것을 포함한 과감한 혁신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도요타 생산방식(TPS)’ 연수를 다녀온 혁신 전문가의 얘기다. 도요타 경쟁력의 핵심은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종업원이 자율적으로 도전하는 혁신이다. 원가 혁신을 예로 들면 최대한 원재료를 싸게 조달해서 투입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다. 목표 원가를 정해놓고 무조건 달성해야 하는 게 도요타 방식이다. 그러니까 “목표 원가와 이익이 최종 단계가 아니라 설계·개발 단계에서 모두 결정되는 것”(호리키리 도시오 《도요타의 원가》)이다.

'원가+마진=가격'은 옛 관행

이런 도요타의 원가 개념은 블루오션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원가에 마진을 더하는 방식(원가+마진=가격)으로 가격을 결정한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반대로 목표 가격을 먼저 정해두고 그에 맞춰 목표 원가를 세운다(가격-마진=원가). 가격은 회사가 아니라 시장, 그리고 고객이 정하는 것이란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가격은 그들이 느끼는 가치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가치>가격’이다. 그리고 회사 입장에서는 그 가격이 원가보다 높아야 이익이 남는다. 즉 ‘가격>원가’다. 이를 합하면 ‘가치>가격>원가’라는 공식이 성립하는데 이를 기업의 생존부등식(윤석철 《경영학의 진리체계》)이라고 부른다. 이 부등식을 보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진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높이고, 제품에 들어가는 원가를 줄이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을 한마디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줄이는 활동’이라고 하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다.

5성급 호텔의 서비스를 3성급 호텔 가격에 제공해 세계적 성공을 거둔 시티즌M호텔이 블루오션 시프트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호텔은 3성급 호텔 가격이라는 목표 가격을 세우고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줄이고 또 제거했다.

목표원가 달성을 혁신 과제로

호텔마다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여긴 벨보이와 프런트 인원을 줄였고 비용 증가의 원인이던 고급 레스토랑도 없앴다.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객실을 표준화해 벽돌 찍듯이 미리 공장식으로 제조해 두었다. 쌓아둔 객실들을 옮겨 짜 맞추기만 한 결과 건설비가 35% 줄었고, 공기도 35~50% 절감됐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가 좋은 위치와 쾌적한 수면환경뿐이란 걸 알아낸 덕분이었다.

혁신은 대부분 새롭고 좋고 화려한 기능이나 서비스가 추가돼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원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가격이 오르게 돼 있고 결국 그 가격이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넘어서면 고객은 다른 대안을 찾아 떠난다. 세계 최고·최초를 자랑하던 제품이 많이 실패한 데는 원가와 가격을 관리하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

그저 비용을 줄이라고 해선 안 된다. 무엇을 줄여야 할지 몰라 핵심 부문까지 없앴다간 고객 가치를 맞추지 못하는 저가품만 만들 공산이 크다.

업계 관행에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면 레드오션을 벗어나기 어렵다. 가격과 원가 목표를 세우고 혁신을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가능해 보일수록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블루오션 시프트의 시작이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