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호주를 제외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를 한 직후 취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와) 안보협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고, 호주가 매우 공정하고 호혜적인 군사·무역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대상으로 발표한 국가는 캐나다 멕시코 호주 세 곳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 중이어서 30일간 ‘일시 면제’를 받았을 뿐이다. 호주만 유일하게 ‘사실상 면제’를 받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고율관세 부과대상이 된 각국에 15일의 ‘후속 협상기간’을 주면서 “우리의 진정한 친구들과 무역과 군사 양면에서 공정하게 대우하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호주가 그런 국가로 처음 ‘합격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는 안보와 통상을 연계한 호주의 총력전이 낳은 결과다. 호주 정치인들과 경제계 인사들은 미국 상·하원 의원, 백악관 인사, 경제인들을 잇따라 만나 ‘혈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협조를 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맥이 닿는 사람들도 적극 활용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호주 골프 선수 그레그 노먼이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는 등 각계각층이 로비를 펼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호주와 한국은 처한 상황이 다르다. 한국의 작년 대미(對美) 철강 수출은 340만t으로 미국 수입철강 점유율 3위였다. 호주는 27만6000t에 불과했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서 철강을 수입해 ‘환적(換積)’ 형태로 자국에 수출한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

호주가 해낸 일을 한국이 못 할 이유는 없다. 한·미 두 나라는 6·25 전쟁은 물론 베트남전 등에서 운명을 함께 해 온 혈맹이다. 정부는 외교·통상 라인을 동원해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마침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미국 유력 정치인 등 565명에게 ‘한국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서한을 보내는 등 통상외교 지원에 나섰다. 최상의 결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