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보호무역 파고, 국제 공조로 극복해야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 예상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산업 피해를 이유로 세탁기,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지난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강력한 수입 규제 조치를 취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최근의 수입 규제 조치가 확대 재생산돼 194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이후 이어져 온 자유무역 기조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는 대상이 된 상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거의 모든 수출국에 해당된다는 점과 미국 내에서도 이런 조치가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가에 관해 심각한 의문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국제 공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할 수 있다.

첫째,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들과의 공조다. 무한경쟁 시장에서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동종 업계가 모두 경쟁자이지만 보호무역 타파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협력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와의 무역정책 연대를 강화해 각종 국제무대에서 공정한 자유무역에 대한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국가의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다자 간 회의와 이해를 같이하는 국가들과의 양자 간 회담 등에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 허용하는 무역구제조치가 자의적인 보호무역 수단으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는 자유무역 원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각국 무역구제기관과의 협력관계를 확대·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수입 규제는 무역위원회 같은 조사기관이 국제규범에 따라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조치를 취하므로, 세계 각국의 무역구제기관과 소통채널을 유지하면서 국제적인 기준에 대한 상호이해는 물론 간접적인 동업자 감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법률적인 차원에서는 수입 규제 조치에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와 공동으로 WTO에 제소해 대응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2002년 미국의 철강제품 세이프가드에 대해 8개국이 공동으로 WTO 분쟁 해결 절차에 참여, 조치의 종료를 유도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치에서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한 건에 대해 우리가 선도적으로 WTO 제소절차에 착수하면서 유럽연합(EU) 등 우군이 확보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둘째, 미국 내 이해관계자 및 그들 지지세력과의 공조다.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에 항의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 시사하듯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인상될 수입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의 관련 산업계와 관세의 최종 부담자가 될 소비자의 반발, 연관 산업에서의 실업 문제를 미국 정치권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EU가 리바이스 청바지와 같은 미국의 대표 수출품에 대한 보복을 경고한 것처럼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 조치를 하면 피해를 입을 미국 산업도 보호무역에 반대하는 세력이 될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조차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WTO 제소는 실익이 없다는 전문가도 있다. 그러나 WTO 제소는 다자 간 협정이 피해국에 부여하는 법적인 권리로, WTO 분쟁해결 절차를 통해 미국이 취한 조치들이 다자 간 협정에 위반된다는 점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과정에서 보호무역에 반대하는 미국 내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다수 국가가 WTO 분쟁해결 절차에 참여함으로써 국제 공조의 틀을 강화할 수도 있다.

세계는 경제적 측면에서 한 배를 타고 있다. 경제위기설까지 거론될 만큼 심각한 작금의 보호무역 파고는 국제 공조 노력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신희택 < 무역위원회 위원장 htshin@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