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헌법 경제조항, 차라리 손대지 말아라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는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지난달 13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정부개헌자문안’을 오는 12일까지 확정할 예정이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개헌안을 검토해 오는 20일 전에 발의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위원회에는 경제분과가 따로 없고 경제 관련 조항은 ‘지방분권·국민주권분과’에서 다룬다고 한다. 경제를 독자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은 현행 헌법 경제조항에 고칠 것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본다는 것인지, 아니면 작년 12월에 나온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보고서’에 제시된 경제조항 개정시안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뜻인지 알 수 없다.

후자라면 문제가 많다. 특히 개정시안 제119조 제2항이 문제다. 제2항을 뜯어보면 ① ‘경제민주화’를 첫머리에 배치함으로써 이것이 최상의 가치가 돼 제119조 제1항이 표방하는 ‘자유시장경제원칙’을 잠식할 우려가 있다. 1987년 헌법 개정 시에 이 국적불명의 ‘경제의 민주화’ 개념을 도입했던 당시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경제부문의 독재자인 재벌의 경영을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바꾸자”라는 뜻이라고 하니, 실상은 재벌혁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시대착오적이다.

②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한다’는 문구에서는 ‘경제력의 집중’ 방지가 문제 된다. 이 규정은 경제력이 집중됨으로 인한 경제력 남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경제력 집중 그 자체를 막자는 것이다. 기업이 커지거나 기업집단을 이루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적으로 기업이나 그 경제력이 커지는 것을 막는 나라는 없는데, 한국은 이를 헌법에까지 규정하려고 하니 이만저만 난센스가 아니다. 기업이 커져야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어느 정도 커지면 막아야 할 대상인지도 알 수 없다. 기업을 큰 덩치 하나로 운영하든, 여러 개로 나눠 그룹을 형성하든 기업인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③ ‘여러 경제주체의 참여, 상생 및 협력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부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동자의 경영참가’ 등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고 한다(보고서 180쪽).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첫째는 이윤을 내 종업원을 먹여 살리고 주주의 투자에 대해 배당으로 보답하는 것이며, 둘째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납세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더 이상은 기업의 자발적 의지에 맡겨야 한다. 노동자의 경영참가 역시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도입할 것이다. 이런 것을 규정한다고 해도 회사법에 규정해야 하며, 헌법에 규정할 이유가 없다.

④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하여야 한다’는 것은 규제를 국가의 의무로 헌법에 명문화하자는 것인데, 김형오 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현재 국가 경쟁력을 좀먹고 있는 ‘규제 천국’의 틀을 벗어날 수 없게 되며, 나아가 경제사회주의 또는 사회주의 경제적 요소가 다분하므로 민주헌법에서는 옳지 않은 표현”이다(보고서 192쪽).

헌법에 이른바 ‘경제조항’을 두고 있는 나라 자체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현재 겨우 좌우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제119조를 손대면 갈등이 폭발한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개정하지 않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