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케플러의 발견
400년 전 ‘케플러의 법칙’으로 행성운동을 설명한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그는 칠삭둥이로 태어나 체격이 작고 병약했다. 천연두 후유증으로 시력까지 나빠졌다. 손가락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수학적인 재능은 뛰어났다.

6세 때 대혜성을 목격하면서 천문학에 빠져든 그는 튀빙겐대학 신학부에 입학해서도 신학 대신 천문학 공부에 몰두했다. 여기에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접한 뒤로 우주를 보는 시각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고 한다.

그의 이름을 딴 ‘케플러의 법칙’은 세 가지다. ‘모든 행성의 궤도는 태양을 하나의 초점에 두는 타원궤도다. 태양과 행성을 잇는 직선은 항상 일정한 넓이를 훑고 지나간다. 행성의 공전 주기의 제곱은 궤도 장반경(長半徑)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이런 법칙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인 티코 브라헤의 천문관측 자료 덕분이었다. 브라헤는 보통사람보다 훨씬 좋은 시력으로 방대한 관측자료를 남겼다. 케플러는 이를 바탕으로 지구 궤도부터 구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궤도가 완전한 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행성의 타원궤도를 이해하려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원운동은 플라톤 시절부터 가장 완벽한 것으로 인식됐기에 천체가 다르게 움직인다는 상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코페르니쿠스도 그랬다. 케플러 또한 원운동을 가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했다.

타원궤도를 믿기 어려웠던 그는 화성 연구로 방향을 돌렸다. 8년 동안의 연구 끝에 행성운동이 태양과 가까울 때 빨라지고 멀리 있을 때 느려진다는 법칙을 발견했다. 이 법칙을 담은 책 《새로운 천문학》은 한동안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세 번째 법칙을 발견한 것은 400년 전인 1618년이었다. 행성의 공전 주기와 궤도 장반경에 관한 이 법칙을 증명해 준 사람은 뉴턴이었다. 뉴턴은 이를 바탕으로 만유인력의 법칙을 확립했다. 결국 케플러의 발견은 코페르니쿠스와 브라헤, 뉴턴 등의 축적된 지식 위에서 일군 것이었다.

그는 기하학에서도 ‘케플러의 추측’을 내놓았다. 생전에 수학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1998년 미국 수학자 토머스 헤일스가 컴퓨터로 이를 증명함으로써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케플러는 미래의 하늘에 ‘천상의 바람을 잘 탈 수 있는 돛단배’와 ‘우주의 광막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탐험가’들이 그득할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의 우주여행을 예언한 것이다. 칼 세이건이 ‘마음에 드는 환상보다 냉혹한 현실의 진리를 선택한 최초의 천체물리학자이자 최후의 과학적 점성술사’라고 극찬한 케플러. 그가 세상을 떠나던 날 하늘에서 유성우가 내렸다고 한다. 천문학자다운 죽음이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