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아마존의 길을 갈 것인가, GE의 뒤를 따를 것인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비디오 콘텐츠, 전자상거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거나 미래 시장이 급성장할 분야다. 이들 분야에서 모두 세계 최고에 오른 기업이 있다.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AI 음성인식 비서인 에코(부를 때 쓰는 이름은 ‘알렉사’다)는 미국 시장의 69%를 장악하고 있다. AI 기술을 응용한 무인슈퍼마켓 아마존고는 1년여 실험을 거쳐 확장을 시작했다. 2006년 일찌감치 뛰어든 클라우드 시장에선 세계 시장 점유율이 44%에 이른다.

아마존의 비디오 콘텐츠 투자는 동영상 실시간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에 이어 2위다. 지난해 45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퍼부었다. 본업인 전자상거래는 말할 것도 없다. 아마존 탓에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줄줄이 파산해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을 정도다. 아마존 주가는 지난달 23일 1500달러를 돌파했다. 5년 전에 비해 여섯 배가량 올랐다. 시가총액은 7400억달러로 삼성전자의 세 배 가까이 된다.

이런 아마존이 1994년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게 있다. 배당이다. 매출로 확보한 현금 대부분을 투자로 돌렸다. 2002년까지 계속 당기순손실을 냈고 2012년, 2014년에도 적자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30억달러가 최대 기록이나 매출 1778억달러의 1.7%에 불과하다. 대신 연구개발(R&D)에 당기순이익의 일곱 배가 넘는 226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이 때문에 고의로 이익을 줄여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최근 한국 기업의 배당이 급증하고 있다. 상장사 배당금은 2016년 24조2514억원으로 4년간 70% 가까이 불어났다(본지 3월2일자 A1, 3면 참조). 2017년 기준으로는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2014년 ‘엘리엇 사태’를 지켜본 삼성전자는 2015년 3조1000억원이던 배당금을 2017년 5조8263억원으로 늘렸다. 또 2015년 말부터 자사주 매입에만 20조원 이상을 썼다. 경쟁사 LG전자의 시가총액을 넘는 규모다.

수익의 주주 환원 확대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투자하느라 배당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 큰 해외 주주가 늘고, 국내에서 주주자본주의를 주장해온 이들이 정권 핵심에 자리 잡으면서 주주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허약한 지배구조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여러 이유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배당 잔치’를 벌일 때는 아니다.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자동차, 로보틱스와 드론, 바이오테크 등 미래기술 어느 한 분야라도 주도하는 한국 기업을 찾기 어렵다. ‘승자독식’ 구조인 플랫폼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한국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

미국 아이콘이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최근 몇 년간 현금흐름의 상당액을 배당에 썼다. 에너지, 금융 등 핵심 사업이 속으로 썩어들어가자 주주 요구에 더 휘둘렸다. 2014~2016년 실적 부진에도 자사주 매입에 490억달러를 투입했다. 지난해엔 단기 실적에 집중하는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이사회 한 자리를 넘겨야 했다.

그 결과 GE는 주가 부양의 마지막 기회로 이제 그룹 ‘해체’를 남겨놓았다. 아마존의 길을 갈 것인가, GE의 뒤를 따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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