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먼지 차량 2부제 실효성 높이려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시행하는 ‘차량 2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할 수 있을까. 서울시 등은 차량 2부제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운전자 사이에서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다양한데 차량만 규제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이 나온다. 효과는 없고 불편만 초래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연 차량 2부제는 효과가 없는 대책일까.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1월 미세먼지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가 서울 시내 자동차 배기가스 물질인 질소산화물이라고 설명했다. 대기가 정체되면서 질소산화물에 의해 생성된 질산염이 평상시보다 10배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가 서울 신촌 버스중앙차로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차로 중앙의 농도가 인근 도로변의 두 배에 이르렀다. 매연 저감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 도심 미세먼지 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여러 대책을 마련할지 고민해야 한다.

먼저 보유 차량의 친환경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환경성이 높은 차량에는 혜택을 줘 친환경차 선택을 늘려야 한다. 프랑스 파리는 2016년부터 배출가스 등급에 따라 차량을 0~6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는 주행이 가능한 모든 자동차를 배출가스 기준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정책이다.

전기차는 0등급,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을 아주 적게 배출하는 액화석유가스(LPG)·압축천연가스(CNG) 등 가스 차량은 1등급으로 분류된다. 최하위 6등급 차량인 노후 디젤차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도심 진입이 금지된다. 파리시는 강력한 대기질 개선책인 자동차 등급제와 함께 2014년부터 여덟 차례 차량 2부제를 시행했다. 내부적으로는 질소산화물 10%, 미세먼지를 6% 저감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다.

영국과 스페인도 차량 2부제와 자동차 환경 등급제를 병행하고 있다. 전기차와 LPG 차량 등 친환경 최상위 등급 차량은 2부제에서 제외되며 도심 진입 허용, 세금 혜택, 주차요금 할인, 버스전용차선 허용 등 다양한 우대 혜택을 받는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전국 최초로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친환경 차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국내도 차량 2부제 의무 시행 시 친환경 차량에 다양한 경제적인 혜택을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저서 《넛지》에서 ‘똑똑한 선택으로 이끄는 유연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등급제는 국민들의 합리적인 자동차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 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당근과 채찍의 절묘한 역할 분담도 고민해야 한다. 전기차와 LPG 등 친환경 차량은 2부제와 상관없이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하위 등급 차량은 매연 저감장치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부착 등 저공해화 조치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극단적인 조치인 만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사시사철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겨울에는 ‘삼한사미(三寒四微: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차량 2부제를 시행한다면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