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처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2차 컨설팅 보고서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두 회사 모두 청산 대신 회생 쪽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의 법정관리 의견 제시에도 불구, STX조선은 추가로 인력을 30% 감축하고 성동조선은 수리(修理)전문 조선소로 기능을 전환한다는 구체적인 회생안(案)도 흘러나온다. “정부가 작년 말 산업적 측면과 지역경제·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내세울 때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사들도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다.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일감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중견업체인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경쟁력을 거의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년에 걸쳐 각각 2조6000억원과 4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지만 경영개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서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11월 실시된 EY한영회계법인의 1차 컨설팅에서 청산가치가 기업 계속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정부가 ‘생존 가능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일자리 보호’에 매달린다면 계속 혈세를 쏟아부을 가능성이 높다. 부실기업들에 구조조정은 미룬 채 업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려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곤란하다.

조선산업과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경제논리를 뒤로 미룬 채 정치논리와 표심(票心)이 구조조정 잣대가 돼선 안 된다. 더욱이 조선업 구조조정은 한국 산업의 구조조정 성패를 가늠할 시금석이나 다름없다. STX·성동조선 처리에 지역여론 등 정치적 고려를 우선한다면 자동차, 타이어 등 줄줄이 이어질 다른 산업의 구조조정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정치권과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