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Redefine, 새로운 길을 열다
내일이면 은행장에 취임한 지 만 1년이 된다. 봄과 함께 시작했는데 어느덧 사계절을 보내고 다시 새봄을 맞았다.

취임 이후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바로 ‘Redefine(리디파인)’이다.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고민하고 새롭게 정의(定義)해 보자는 것이다. 처음 듣는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제 나름 고민의 산물인데 아직 대체할 만한 쉬운 용어를 찾지 못하고 있어, 독자 여러분께서 알려주신다면 영광이겠다.

올해 초 시무식에서 1900년대 미국 뉴욕 거리 모습이 담긴 사진 2장을 직원들에게 보여줬다. 첫 사진에는 마차로 가득한 거리에 한 대의 자동차가 있었다. 불과 13년 후의 또 다른 사진에는 수많은 자동차 가운데 단 한 대의 마차만 있었다. 100여 년 전에도 세상은 이미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빨라지고 있다. 은행업도 예외가 아니다. 기술의 진보와 금융업의 경계가 무너지며, 금융회사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경쟁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아마존과 구글은 이제 더 이상 전자상거래와 검색엔진이라는 카테고리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자신을 끊임없이 리디파인하는 기업은 연결과 확장을 통해 굳게 믿어 온 산업계의 기준을 바꿔놓고 있는 반면, 예전 방식에 머물러 있는 기업은 그것을 쫓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재정의(再定義)하느냐, 당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검증된 방식에서 벗어나 업(業)을 둘러싼 경쟁 환경, 영업과 일하는 방식 모두를 재정의해야 한다. 기존의 성공에 머물러 있다면 한 세기 전 마차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변화에 뒤처진 사례들을 살펴보면 리디파인의 아이디어가 부족하기보다는 그것을 실행하지 못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은행에서는 빠른 추진과 개선을 반복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기 위해 ‘Redefine 3.3.3.’이라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어느 사회정신의학자가 언급한 이론을 참고한 것인데, 3일 동안 집중적으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3주 동안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다음, 3개월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생각을 달리하고 즉시 실행한다면 리디파인의 기회는 많다. 대한민국 금융이, 그리고 더 많은 우리 기업들이 리디파인으로 글로벌 중심에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sunghowi@shinh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