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조 간부 2명이 어제 새벽 ‘해외매각 반대’ 등을 내걸고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경영정상화와 채권단 손실 최소화를 위해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며 노조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자 노조는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며 해외매각 총력저지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금호타이어 회생방안 중 그나마 현실적이라는 해외매각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어제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한 한국GM도 뾰족한 회생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GM은 산업은행의 증자 참여와 한국 정부의 세제혜택 부여 등을 ‘잔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백척간두의 위기를 맞았는데도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구조조정 중단’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 회사가 부실해진 책임은 근본적으로 노사에 있다. 사측은 경영을 잘못했고, 노조는 강경 투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정부 책임도 작다고 할 수 없다. 과거 정부는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쳐 부실이 쌓이게 했고, 현 정부는 ‘금융논리와 산업적 측면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내세워 노사에 혼란스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맹목적으로 ‘일자리 보호’에만 매달리면 ‘기득권 철폐’와 ‘고통분담’ 같은 구조조정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과 노조가 연일 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의 구조조정 방안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발표된 회계법인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 모두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두 회생시키는 방안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구조조정 시기를 놓쳐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했던 대우조선해양 사례가 재연될 판이다.

구조조정에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와 지역 사정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프레임’에 매몰돼 구조조정 원칙을 허문다면 더 큰 부실을 초래하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이 늦어지는 만큼 자동차·조선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 경쟁력도 훼손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