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에게 주기로 한 배당금 총액이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배당계획을 공시한 739개사의 현금배당(중간배당 포함) 총액은 24조2121억원으로 작년에 비해 25.8% 늘었다. 아직 공시하지 않은 300여 개사를 합치면 30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2012년(14조2767억원) 대비 두 배다. 특히 삼성물산 롯데쇼핑 등 49개사는 배당금을 작년보다 100% 이상 늘렸다(한경 3월2일자 A1, 3면 참조).

이익이 늘면 배당을 더 푸는 게 당연하다. 최근 배당 급증세는 기업 실적 개선과 주주친화 경영이 확산되며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배당성향(총배당액÷순이익)이 높아진 결과다. 일각에선 반(反)기업정서에 대한 ‘보험료’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 단기투자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배당압력도 커졌다.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한 상장사는 배당금이 6배나 폭증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16.02%로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30.87%) 인도(30.31%)보다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당은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다. 배당이 늘어난 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여력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주주친화 정책이 지속 가능하려면 당장 배당을 대폭 늘려 잉여현금을 소진하기보다, 좋은 투자기회를 포착해 기업가치를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게 정석이다. 그것이 기업은 물론 주주들에게도 이익이다. 더구나 배당은 하방경직성이 강해 한 번 늘리면 다시 줄이기도 어렵다.

해외에선 한국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 산업 특성, 제도 등의 차이를 배제하고 획일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내 주력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장치산업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수소차에 투자해야 하는 현대자동차를 KB금융, 네이버와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배당을 점차 늘려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나친 배당 급증세는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크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할 기업들을 투자보다 배당에 치중하게 만들수록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愚)는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