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 경제도 경쟁은 최상을 향하는 과정
경쟁 결과인 시장점유율로 대기업 규제 말고
'과정으로서의 경쟁'을 고려해 정책 펴나가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다산 칼럼] 평창에서 본 '올바른 경쟁'의 아름다움

평창 동계올림픽이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우리 선수단은 17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성과를 냈다. 많은 사람이 수많은 명승부와 선수들의 기량 및 경기력에 감동하고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열광했다. 이렇게 스포츠 경기가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경쟁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 선수의 목표는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경기에 필요한 기술은 물론 체력을 단련하고, 심지어 식단까지 관리하며 체중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며 피나는 노력을 한다. 그런 노력이 경기장에서 발현돼 명승부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사람들은 감동하고 환호한다.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의 쾌거를 이룬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스켈레톤 금메달로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메달을 안긴 윤성빈, 쇼트트랙에서 2관왕을 차지한 최민정,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 30세의 나이로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 등이 그랬다.

스포츠 경쟁에서 볼 수 있듯이 경쟁은 ‘최상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시장 경쟁도 다르지 않다. 기업가의 목표는 상대 기업을 이기는 것이고 어떤 기업보다도 우위에 있는 것이다. 제프 베저스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유통비용을 낮추며 아마존을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만든 것,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 모두 다 경쟁의 산물이다. 이런 기업과 기업가들의 경쟁적 행위 때문에 우리의 삶이 나아지고 경제가 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승자와 패자가 생기고 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경쟁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이번 경기에서는 승자였을지 모르지만 다음 경기에서 승자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것은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승자는 계속해서 승자가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고 패자는 다음 경기를 기약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승자의 위치에 있기 위해서는 상대 기업보다 소비자들을 더 만족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포츠 경쟁에서와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그 지위를 잃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쟁을 촉진한다면서 승자, 즉 잘하는 기업을 규제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거래법이 대표적 사례다.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1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 이하(1~3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규제한다. 최근에는 대기업분할명령제까지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를 만족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경쟁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경쟁 결과로 나타난 ‘상태’인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고 규제하는 것은 잘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이다. 이것은 마치 스포츠에서 잘하는 선수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고 출전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공정치 못하다.

이런 공정치 못한 정책이 나오는 이유는 잘못된 경제학에서 비롯한다. 소위 주류경제학이라고 하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시장점유율이라는 ‘상태’를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기업이 어떤 경쟁과정을 거쳐 그런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됐는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그러나 원래 경제학에서 경쟁의 개념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애덤 스미스 등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과정으로서의 경쟁’ 개념을 사용했다. 이것이 수학자였던 앙투안 오귀스탱 쿠르노에 의해 경쟁의 결과로 나타난 상태 개념으로 바뀌었고, 그 뒤를 이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고착화됐다.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경제학 지식을 무분별하게 추종한 정부 관료와 정책입안자들이 잘못된 정책을 만들고 있다. ‘상태 개념의 경쟁’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경쟁’ 개념으로 복귀해야 한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올바른 경쟁의 개념을 일깨워준 훌륭한 축제였다.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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