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자 淫(음)은 어떤 흐름을 좇아 묻히거나 흘러가며 이어지는 상태나 행위다. 초기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풀이에 따르면 그렇다. 옷감 등에 물을 들이는 일, 즉 염색(染色)의 영역에도 이 글자가 등장한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뜻이 남녀 사이의 통간(通姦)이라는 의미다. 이어 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마구잡이로 벌이는 행동인 방종(放縱), 탐욕과 탐심, 다시 그런 욕망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혹(迷惑)의 새김도 얻는다.

침음(浸淫)이라는 단어는 위의 첫 풀이에 해당한다. 어딘가에 깊이 빠져드는 일이다. 오래 이어져 제 범위를 넘어서는 권력을 일컬을 때는 음위(淫威)라고 한다. 끊이지 않고 내리는 장맛비는 음우(淫雨), 음림(淫霖)으로 적을 수 있다. 책 읽기에만 빠져들면 서음(書淫), 시 짓기에 골몰하면 시음(詩淫)이다.

남녀 사이의 어둡고 칙칙한 관계를 이야기하는 단어는 많다. 매음(賣淫), 음담(淫談), 음욕(淫慾), 음탕(淫蕩), 간음(姦淫) 등이 다 그렇다. 지나칠 정도로 그에 매달리면 황음(荒淫)이라고 적었다. 더 심한 경우가 황음무도(荒淫無道) 또는 황음무도(荒淫無度)다.

정상적이지 못한 일에 깊이 빠지거나, 아니면 색(色)을 밝혀 헤어나오지 못해 어지러운(亂) 상태에 드는 경우가 바로 음란(淫亂)이다. 淫(음)의 행위가 이어지고 또 이어져 수습할 수 없는 경우다.

음란(淫亂)은 결국 제 욕망을 추스르지 못해 생기는 결과다. 가지려는 욕심, 거느리려는 욕심, 품에 안으려는 욕심이 원인이다. 그런 욕심이 끝없이 이어져 종국에는 저 스스로를 허물고 사회적으로도 깊은 곤경에 처한다.

자신이 지닌 권력에 기대 음탕한 버릇, 음습(淫習)을 키우다가 음란의 지경에 빠져 음위를 뽐내던 사람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현란한 재주에 올라타 권력을 얻었으나 마침내 ‘황음무도’의 지경에 빠진 문단과 예술계의 권력자들이다. 이런 이들이 깊고 어두운 그늘에 들어앉아 은밀하게 벌인 날갯짓은 이 사회를 음풍(淫風)으로 채우고 말았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그 불길한 바람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잠재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