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곡된 임금체계, 개편 서둘러야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으로 혼선 가중
생산성 발목 잡는 호봉제… 직무급 늘려야
임금 체계가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나왔다. 기본급 이외에 상여금, 성과급, 연장·초과·휴일·가족 수당, 교통비 등이 붙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배(기본급)’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라는 말까지 나왔으나 고쳐지지 않았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연장·휴일·야간 근로 등에 따른 초과급여가 근로자 임금 총액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다. 이 비중이 50%를 넘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과거 정권들이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기업들로 하여금 대외에 공표되는 기본급은 동결 내지 최소인상에 그치게 하는 대신 각종 수당 신·증설을 통한 임금 보전을 묵인 또는 방조해온 결과다. 근로자들도 실질적인 임금이 늘어나는 만큼 이런 임금체계를 마다하지 않았다. 기본급 비중이 낮고 수당이 많은 기형적 구조이다 보니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조차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추가로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누더기 같은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성과급과 직무급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원들의 성과를 보상하는 임금 체계를 통해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결과적으로 기업과 근로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도요타 등 상당수 글로벌 자동차업체는 직무·성과급이 임금의 30~40%를 차지할 정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임금 체계를 투입(근로시간)이 아니라 산출(생산량)에 따라 보상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산성과 관계없이 해마다 자동적으로 기본급이 올라가도록 돼 있는 연공급제(호봉제) 위주로는 기업들이 더 이상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임금체계 개편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사정 간에 충분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현재와 같은 임금 체계를 그대로 둔 채 근로시간 단축만 시행할 경우 전국이 혼미스러운 급여전쟁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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