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인상되면서 산업 현장에선 고용 감축, 가격 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후폭풍을 잠재울 방안 중 하나로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꼽힌다.

[맞짱 토론] 최저임금 업종·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하나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주요 선진국은 이미 지역·업종·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노사 요청에 따라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미국은 정부가 연방 최저임금을 정하면 주별로 지역과 산업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캐나다도 최저임금은 개별 주의 자치 권한이다. 건물 관리인, 경비원, 어업·농업 근로자 등은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프랑스 영국 칠레 등은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화한다.

우리는 1986년 12월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4조)’고 규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산업별 차등 적용을 한 건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뿐이었다. 이후엔 노동계의 반발로 논의조차 안 됐다.

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업종별로 경영 여건이나 지역별 경제 상황에 차이가 큰 만큼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화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한다”고 반발한다. 업종별·지역별 임금 차등이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본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과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부터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봤다.

찬성 - 업종 따라 생산성·지불능력 달라…인상충격 줄이려면 차등화 필수
해외 가려는 기업 임금 낮은 지역으로 유치 효과


[맞짱 토론] 최저임금 업종·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하나
2018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16.4% 올랐다. 17년 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현 정부의 의지대로 2020년까지 1만원이 되려면 매년 15.7% 이상 올라야 한다. 고율 인상에 대한 부작용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최저임금 안정화를 올해 상반기 최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현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저임금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이런 취지는 국민도 공감한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인상폭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 자체에 대한 공감 부족도 큰 이유다. 제도가 제대로 설계돼 있어야 이를 활용한 정부정책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현장은 이미 방법을 알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전국 단일금액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부딪히는 임금 수준은 같지 않다. 업종별 임금 수준 차이가 대표적이다. 2016년 월 임금 총액이 숙박·음식업은 188만1000원, 전기·가스·수도사업은 630만원이다. 업종 간 최대 세 배 이상의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업종별 매출액과 시간당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다르다. 임금 수준과 영업이익이 다르기에 최저임금 영향 수준도 다르다. 2016년 최저임금 미만율이 정보서비스업은 1.5%, 제조업은 6.0%임에 반해 농림어업은 46.2%, 숙박·음식업도 35.5%에 달한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이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종별 영업이익, 지불능력, 생산성 등의 다양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단일 최저임금제를 적용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목적으로 인상 수준을 높이니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맞짱 토론] 최저임금 업종·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하나
다행인 것은 산업별 차등화 시행에는 법 개정이 필요 없다. 이미 1986년 최저임금법이 처음 제정됐을 때부터 ‘사업의 종류, 규모 등을 고려해’ 차등화할 수 있도록 법적 준비는 돼 있다. 더구나 1988년에는 제조업의 28개 소분류 업종을 두 그룹으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설정한 경험도 있다. 이미 산업별 차등화를 시행하고 있는 네덜란드, 일본,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업종별 차이와 더불어 지역별 차이도 고려돼야 한다. 2017년 4월 정액급여를 기준으로 서울은 월 333만6000원, 제주는 232만9000원이다. 지역 간 임금 수준 차이가 30%에 달한다. 같은 부위의 돼지고기값도 지방과 서울은 40%가 차이 난다. 이런 물가 차이를 보더라도 생활을 위한 최저 수준의 임금액은 지역별로 달라야 한다. 차별이 아니라 차이로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화는 인건비 부담으로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을 지역으로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면 지역균형발전도 가능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체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지역별 임금수준 격차 발생에 대한 부담은 중앙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형태로 조절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지역별·산업별 최저임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고, 지역별 편차 완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개정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과 베트남도 지역별 최저임금 수준이 다르다.

지금은 산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낯설다는 이유로 회피하기에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현실성 있는 최저임금제도가 전제돼야 인상효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도, 타당한 예측에 따른 인상액 부담도 가능하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법은 따로 있지 않다.

반대 - 최저임금 낮게 정해진 업종은 '저임금업종'으로 낙인찍는 셈
지역 차등두면 도시·농어촌 격차 커질 수도


[맞짱 토론] 최저임금 업종·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하나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등 고용에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고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시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정부는 경제 관련 부처 장관뿐만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에 연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 또한 높다. 그중 하나로 이야기되는 것이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시행 첫해인 1988년엔 업종을 저임금 그룹과 고임금 그룹 등 두 개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이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이 업종·지역 등으로 차등 적용된 경우는 없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것을 계기로 경영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최저임금을 차등해 적용하는 데 부정적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나라의 지금 현실에서는 ‘최저임금이 곧 내가 받을 수 있는 최대임금’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같이 최저임금이 사실상 ‘기준임금’이나 ‘표준임금’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하면 최저임금이 낮게 설정된 특정 업종을 저임금 업종으로 낙인찍는 결과를 초래하고 업종을 이유로 한 근로자 간 불공정성 문제를 낳게 된다.
[맞짱 토론] 최저임금 업종·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하나
또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것은 지역 간 임금 격차를 확대시켜 국민통합에 저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내 인구이동이 크게 활발한 편이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상위지역으로의 인구 이동을 불러와 가뜩이나 심한 도시와 농어촌 지역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끝으로 연령으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거나 감액하는 것은 고령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고령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차등하는 것은 안 그래도 늦은 나이까지 일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고령자 취업직종을 다수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로 구분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에 전혀 동의 못 할 바는 아니다. 제조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은 6%이지만 농림어업의 경우 46.2%에 이르는 등 업종별로 경영 여건이나 최저임금 지불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점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 등 지역별로 경제상황, 임금 수준, 생활비에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이 고령자 고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노동시장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표현에서 대변되는 바와 같이 우리 노동시장 내 노동조건 격차는 심각하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기업 규모나 고용형태별로 누군가는 ‘1등 국민’으로, 누군가는 ‘2등 국민’으로 나누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은 차별을 만드는 일이다.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2등 국민’ 양산 요인이라는 우려가 크다.

심은지 기자/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