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패럴림픽 즐기기로 '평창의 감동' 이어가자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개최 준비의 미흡, 북한 선수단 참가 등 여러 이슈에도 올림픽의 열기와 감동은 이번 주말 폐막식까지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다음달 9일부터는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열흘간 열린다. 종목도 알파인 스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노보드 등 설상 종목과 아이스하키, 휠체어 컬링 등 빙상 종목으로 다채롭다.

대부분 동계올림픽 종목은 유럽과 미주 일부 국가에서는 대중적이지만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와 우리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서 스켈레톤같이 생소하던 종목의 경기와 규칙도 알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에서 동계패럴림픽은 감동을 주는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즐거운 볼거리’로 알릴 필요가 있다.

패럴림픽과 장애인 스포츠라고 하면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와 감동의 스토리를 연상한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놀라운 경험이 있다. 2012년 척수손상학회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했을 때였다. 88 서울패럴림픽 준비위원회에도 근무해 의료 관련 업무 준비를 했고, 2006년에는 3명의 선수를 인솔해 토리노 동계패럴림픽 선수단장으로 참가한 경험이 있던 필자에게도 런던 패럴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몰려든 영국인의 모습은 무척이나 놀라운 광경이었다. 지하철부터 경기장까지 인파가 몰렸고 가족 단위의 참석자도 많았다. 영국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패럴림픽 자체가 관전하기에 너무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대답했다. 감동은 물론이고 다양한 보조도구와 공정한 경기를 위한 규칙 자체가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말이었다.

장애인 스포츠는 선수들의 장애 정도가 각각 달라 동등한 참여 기회와 공정성 보장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기 위해 종목별 규칙이 더 정밀하고, 장애인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특수 장비들이 필요하다. 각각의 장비에는 첨단 과학과 재활공학 기술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설상 종목인 스키는 한 다리로 스키를 타거나, 앉아서 스키를 타는 좌식 스키 선수가 넘어지지 않게 손으로 짚는 폴에도 작은 보조스키가 달린 아웃리거 폴이 개발돼 경기가 가능해졌다. 하나의 스키에 의존해 경사면을 내려오는 좌식 스키 장비에는 자동차, 오토바이처럼 충격흡수 기능을 하는 스프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키 자체가 인체의 발목, 무릎, 엉덩이 관절만큼 충격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반신을 못 움직이는 선수들 몸에 맞는 앉는 장치인 바스킷도 중요한 장비다. 썰매를 타고 경기하는 아이스하키에서는 썰매의 기능이 경기력에 중요한 변수다. 이런 장비 제조기술은 스포츠와 경제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에서나 제작할 수 있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포스코가 썰매를 타고 하는 하키인 국내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들을 위해 기존 수입품보다 가볍고 우수한 국내 개발 철강재로 제조한 경량 썰매를 개발해 기증했다는 소식은 무척 고무적이다. 우리 산업 기술력과 재활 공학을 통해 장애인 복지, 의료뿐만 아니라 스포츠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경기 규칙도 재미있고 섬세한 부분이 많다. 알파인 스키는 시각 장애인, 입식 스키, 좌식 스키로 나뉜다. 선수마다 장애 정도가 달라 경기 기록에 장애 등급에 맞는 팩터 점수를 곱해 최종 기록을 결정한다. 장애가 덜한 선수가 장애가 심한 선수보다 조금 빠른 기록으로 들어와도 최종 기록으로 순위가 바뀌는 사례도 종종 생긴다.

올림픽 기간임에도 일부 비인기 종목과 국내에서 관심이 덜한 설상 종목의 경기장에는 빈 관중석이 많아 올림픽을 개최했지만 스포츠 선진국이 되기에는 아직 먼 우리 현실을 반영하는 듯해 안타까웠다. 이대로라면 3월 패럴림픽에선 관중석이 더 빌 것이고, 관중석에 앉은 이들도 경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 평창 패럴림픽이 세계 장애인을 위한 진정한 스포츠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경기를 즐기며 볼 수 있게 장애인 스포츠 관람이 감동뿐 아니라 즐거움도 선사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