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문희수의 시사토크] 한국 수출, 안에선 대접해주나

한·미 간 통상 마찰이 심상치 않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 등 12개국 철강 수입품에 대해 53%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할 태세다. 한국은 동맹국으로선 유일하게 포함됐다. 세탁기,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이은 제재다. 충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불합리한 보호무역주의에 엄중한 대처를 주문했다. 정부는 통상은 통상, 안보는 안보라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강경 대응을 거듭 공언하고 있다.

한·미관계 이상있다는 경고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익히 예견된 바다. 이번 통상 마찰은 우리 정부가 그동안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미 통상 외교의 실패다.

더욱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북핵 공조의 틈이 벌어져 우려가 제기되는 때다. 북한을 위해 대북 제재에 너무 많은 예외조치를 끌어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은 통상, 안보는 안보’라는 대응은 아무리 외교적 수사라도 적절치 않다. 통상과 안보는 실제론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그렇다. 미국은 중국 관계에서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통상과 외교·안보를 연계한다. 우리 정부가 몰랐다는 듯 분리 대응을 공언하는 것은 방향 착오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봉합으로 일관한 행보와도 맞지 않는다. 중국이 최대 무역파트너지만 파장을 말한다면 물론 미국이 훨씬 크다. 한국은 쓸 카드도 별게 없지 않나. 국익이라면 설득과 협력을 구하는 물밑 대응이 긴요하지, 정면 충돌을 불사할 것처럼 나가는 것은 옳지도 않고 성과도 기대 못한다. 때맞춰 중국 언론은 미국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세력이 뭉쳐야 한다며 바람을 잡고 나섰다. 정부가 줄타기에 눈길을 주다간 의심만 커진다. 일각에선 틈만 나면 친중·반미로 가려고 획책하고 있지 않은가.

과거 미·일 자동차 분쟁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은 대규모 대미 무역수지 흑자로 1980년대 초반부터 2010년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까지 세 차례나 미국으로부터 대놓고 압력을 받았다. 플라자합의로 엔고까지 감수했다. 그래도 일본 정부와 기업은 미국을 달래려고 손발을 맞춰 미국 본토에 여러 공장을 지어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도 많이 냈다. 지금의 아베 정부 역시 일본 기업의 직접 투자를 독려하고, 미국 인프라 투자에 51조엔이나 투입해 7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대규모 보따리를 미리 풀었다. 일본이 지금껏 막대한 대미 흑자를 지속하면서 강력한 동맹국이 된 이유다. 일본이 바보라서 이랬겠는가.

내가 무시하면 누가 존중하나

한국 수출을 밖에서 때린다고 야단이 났지만 그렇다고 안에서 대접해 주는 것도 아니다. 수출을 늘려 봐야 일부 대기업만 혜택을 본다며 폄하돼 온 터다. 폐쇄적인 소득주도 성장론에 밀려 수출은 철 지난 성장동력으로 치부되고 내가 아니라 남이 하는 일로 그냥 방치돼 왔다. 지금의 여당이 수출 담론을 제기한 것을 들어본 적도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반대만 하던 과거 야당 모습과 뭐가 달라졌는지 알지 못한다.

이번 마찰은 한·미 관계에 이상이 있다는 경고다. 지금은 양국 간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다. 편향되고 왜곡된 대외관은 위험하다. 섣부른 공언으로 의심을 사고, 이질감을 확대시키면 더 큰 탈이 날 수 있다. 수출을 지키겠다면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내부의 인식도 바꿔야 한다. 우리 스스로 수출을 폄하하는데 누가 존중해 주겠나.

mh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