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후 피해 줄이려는 규제보다
예방 대책 마련하는 게 더 효율적
전기적 요인 등 출화방지책 절실

김원철 < 화재보험협회 예방안전본부장 >
[기고] 화재참사 대책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

요즘 뉴스를 보면 화재사고 쪽에 눈이 먼저 간다. 개인적으로 화재안전 분야에 종사하기 때문이지만 일반 대중도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의 연이은 화재참사로 화재안전에 대해 관심과 경각심이 높아진 것 같다.

그동안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면 사후 대응방식은 늘 비슷했다. 먼저 화재원인 규명에 집중한다. 다음엔 처벌할 책임자를 가려내고,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수순을 밟는다. 후속대책에는 관련 법령의 규제 강화를 포함한 제도개선이 이뤄지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미비한 부분이 다시 보인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또 법령개정을 한다.

그런데 이번 후속대책은 뭔가 좀 다를 것 같은 기대가 든다. 화재안전 분야만큼은 청와대가 직접 챙기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정부의 의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속대책이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어쩌면 근본 대책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염려된다. 초점이 화재 발생 이후에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설인 소방 및 건축방재분야의 규제 강화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방방재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화재 이후의 방책도 중요하지만, 화재 발생을 억제하는 사전예방이 더 근본적이고 비용 효율적이므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최근 두 건의 화재 원인을 다시 보자.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1층 주차장 천장의 얼음 제거 작업을 하면서 열선을 건드려 불이 난 것 같다”는 관리과장의 진술과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보온등의 축열(과열)이나 전선의 절연 파괴로 인한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에서 화재 원인이 전기적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지난 12일 중간수사 브리핑 결과 1층 응급실 내부 탕비실 천장 배선에서 전기합선으로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밝혀진 공식적인 조사결과다.

문제는 이유 없는 단락이나 합선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원인을 좀 더 살펴보자. 제천 화재는 1층 주차장 천장 내부의 얼어붙은 열선을 잡아당겨 펴는 과정에서 열선의 연결부나 내부로 물기가 유입돼 단락이 발생했거나, 열선의 말단에 마감한 절연 부분의 파괴로 단락돼 천장의 스티로폼에 착화된 것이 아닐까 하는 소견이다. 밀양 병원 화재의 원인은 사고 나기 전 1층에 설치된 냉난방기로 인해 전기부하가 늘어났는데 전선이나 차단기는 기존 것을 그대로 사용해 허용전류를 견디지 못해 단락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화재참사의 주범은 전기안전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를 막기 위한 보다 깊이 있는 원인 분석이 이뤄져야 하고, 생활 주변에서 전기시설의 설치 및 사용에 관한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겨울철 배관의 동파방지 목적으로 배관에 설치하는 정온전선(열선)으로 인한 화재도 주의 깊게 들여다볼 부분이다. 소화배관에 동파 우려가 있으니 보완하라는 점검결과를 받고 배관에 열선을 시공한 뒤 화재가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있다. 이는 정온전선에 대한 기본 유의사항만 지켜도 막을 수 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한다. 특히 발화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화재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화재안전종합대책에 전기적 요인 등 출화(出火)방지책에 대한 사항도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