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관련해 경쟁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태스크포스(TF) 구성과 함께 GM 노조와의 면담 및 대책 토론회를 갖기로 했고, 민주평화당은 GM 군산노조와의 면담에 이어 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나같이 책임을 회사 탓으로 돌리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국면에서 GM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하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주장은 GM을 ‘먹튀’라고 단정하고 어떻게든 기업의 부도덕성 문제로 몰아가려는 노조의 프레임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한국의 경쟁력 문제 등 이번 사태를 야기한 근본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나 자기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이상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는 공장을 유지할 다국적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가동률이 20%도 안 되는 상황에서 평균 임금의 8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는 군산공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글로벌 생산기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국은 자동차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이미 상실했다. 기업이 적자임에도 매년 노조의 높은 임금인상 요구에 통상임금 부담까지 가중되는 현실에서 외국기업 아니라 국내 기업인들 공장 폐쇄 말고 무슨 대안이 있겠는가.

정치권의 어설픈 개입은 사태를 더 꼬이게만 할 뿐이다. 강성노조가 양보를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정치권이 노조와 연대 운운하면 해결은 물 건너간다. 더구나 정치권이 개입할수록 국가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할 공산이 커지고, 결국 군산을 넘어 부평·창원공장 등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한국GM 전체의 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GM 사태는 단순히 한 외국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 자동차산업, 나아가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지역 민심을 자극하며 정치적 쟁점화를 시도해선 안 된다. 오히려 강성노조에 반성을 촉구하면서 지금이라도 기업·정부와 머리를 맞대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찾으라고 주문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