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2017년 반부패 관련 평가결과 종합분석’ 보고를 받고 “민간 기업까지 청렴도 조사를 평가해 보는 일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부패 일소에 큰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국은 국제투명성기구(TI)의 ‘2016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176개국 가운데 52위에 그치는 등 여전히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기업에 대한 청렴도 조사를 평가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기업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게 분명하다. 기업 청렴도 추세를 알아보라는 대통령 지시가 현장에서는 기업에 대한 또 다른 규제와 간섭으로 둔갑하기 일쑤인 게 현실이다. 권익위는 민간 분야 청렴도 개선을 위해 ‘청렴사회 민·관협의회’ 구성을 추진한다지만 그 다음엔 온갖 지침이 하달될 게 뻔하다. 정부가 아니라 TI 등 비정부기구나 컨설팅·연구 전문기관 등이 부패와 관련한 조사·평가를 수행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더구나 기업 청렴도는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정부·공공기관과는 또 다르다. 부패가 기업 운명까지 좌우하는 게 그렇다.

국가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시급히 눈을 돌려야 할 본질적인 부문은 따로 있다. 각종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이 지적하듯이 부패는 규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규제권력이 커져 경제적 자유도가 떨어지면 부패 소지도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일수록 부패가 심하고, 시장경제 국가라도 규제 정도와 부패 수준이 비례한다는 많은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학자들은 부패를 줄이면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부패의 원인 제거가 중요하다. 규제권력부터 손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