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 번의 도전 그리고 평창
한민족의 역사에서 숫자 3을 빼놓고 얘기하긴 어렵다. 3이란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결을 의미했다. 먼저 우리 한민족 탄생의 기원인 단군신화에서 3이란 숫자는 매우 중요한 숫자다. 삼위태백, 천부인 3개, 무리 3000명, 풍백·우사·운사, 360여 가지 일, 삼칠일(三七日)간의 금기까지 단군신화에는 3이란 숫자가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 결국 환인, 환웅, 단군의 3대(三代)로 이뤄지는 ‘삼신(三神)’ 체계가 고대신화의 원형을 이루게 된다. 고대 동방의 삼재설(三才說)의 ‘천·지·인’ 관념은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로도 작용했다. 세상은 하늘과 땅, 인간 3가지로 이뤄진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동양 문화에서 3은 늘 완벽을 상징하는 고귀한 숫자였다.

3을 중시하는 문화는 서양도 마찬가지다. 서구의 3에 대한 신성함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기독교의 삼위일체 개념이다. 또한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인 3차원, 색채 혼합의 기본인 빨강, 파랑, 노랑 3원색이 그렇다. 이처럼 서양에서도 3은 늘 완벽, 신성, 최고를 의미했다.

고대 문화 속의 3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도 여전히 3은 중요한 선택의 기점으로 작용한다. 삼세번, 작심삼일, 삼진아웃 등 은연중에 우리는 3을 마무리, 완결을 짓는 기준점으로 생각해왔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가 3수 끝에 유치에 성공한 올림픽이자,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한반도에서 열리는 전 세계적 이벤트다. 평창의 첫 도전은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였다. 1차에서 최다득표를 하고도 결선 투표에서 3표 차로 졌다. 두 번째 도전은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였다. 다시 소치에 4표 차로 지며 패배의 쓴맛을 보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세 번째 도전 끝에 압도적인 표 차로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세 번까지 용인하는 우리의 문화가 없었더라면 평창올림픽 유치가 두 번째로 실패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주요 외신은 이때 우리나라의 세 번째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인내’ ‘끈질긴 도전에 대한 (자국민들의) 긍정적 평가’의 결과라고 극찬했다. 두 번의 눈물 끝에 맞이한 성공. 태극마크를 단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 번을 도전하는 끈기와 인내로 이번 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결실을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도 평창의 정신을 이어받아 두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 성공하는 ‘3’의 양기(陽氣)를 듬뿍 느끼는 한 해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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