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이 독감 환자로 북새통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을 유행성 감기 또는 독감이라고 부른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 및 D형으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A, B, C 형태의 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A형은 사람과 동물을 함께 감염시킬 수 있으며 가장 강한 독성을 나타내고, C형은 목감기 정도로 가볍게 지나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2월에 예측 유행 바이러스를 발표하면 제약회사는 이에 근거해 백신을 생산한다. 유행 바이러스 예측이 빗나가면 백신의 효능을 의심케 하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벌어진다.

독감 치료제로 이름을 떨친 타미플루는 내성이 보고된 지 오래다. 그래서 제약회사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약품을 개발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조류 인플루엔자도 살처분이 답이 아니라 자연 숙주를 찾아 바이러스를 분리하고 기초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확률적으로 가능한 198가지의 항원성을 지닌 물질 확보를 통해 조류든 인체든 언제든지 비상상황에서 단시간 내 항체와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바이러스 연구를 해야 백신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연구비는 트렌드를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기초연구는 그러면 안 된다. 많은 연구자의 손에 싹을 틔울 씨앗을 쥐여주고 황무지 개간을 바라야 한다. 그러다 보면 꽃이 피고 숲이 우거진다. 국가가 기대하는 노벨상은 그 나무에 맺히는 열매 같은 것일 뿐이다. 기초연구 없이 응용은 불가능하다. 기술의 진보 없이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혁신 없는 경제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엄치용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