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려되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코드 청산'
“정치수사 목록으로 보입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검찰의 과거사 사전 조사 목록을 두고 정치권에서 내놓은 평가다. 과거사위원회는 과거 검찰이 강압 수사로 인권을 침해했거나 검찰권을 남용한 의혹이 있는 사건들을 바로잡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편향성 논란이 만만찮다. 해당 목록에 노무현 정부 시절 사건은 한 건도 포함돼 있지 않아서다. 더구나 PD수첩 사건(2008년), 김학의 법무차관 사건(2013년) 등 절반 이상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사건들이다. 누가 봐도 ‘입맛대로 고른’ 사건이라는 오해를 받을 만한 목록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임 정부를 향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인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하겠느냐고 날을 세우고 있다. 여당은 생각이 다른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를 이끌어내야 용서와 화합의 미래를 열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는 데 그쳤다. 끓어오르는 시중의 의구심에 비해 한가한 시각이다.

공정성 문제는 해당 위원회가 꾸려질 때부터 우려됐다. 위원회 위원 9명 중 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 등 6명이 법조계의 대표적인 진보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이다. 이를 두고 검찰에서도 반응이 차갑다. 검찰이 지금까지 충분히 비판받고 반성한 사건들을 사실상 민변이 다시 들춰내 검찰을 흡집내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위원회가 선정한 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대검찰청 조사단은 교수와 변호사 등 외부인사와 검사로 구성됐지만 조사단 명단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편향성 논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과거사 조사를 빌미로 정부가 또 검찰 ‘솎아내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사건 수사 검사들이 상당수 현직에 남아 있어서다. 법무부 한 간부는 사건담당 해당 검사의 징계 시효가 남아 있다면 징계 문제도 권고할 것 같다고 운을 띄우고 있다. 그렇잖아도 일련의 성추문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시기다. 검찰과 법무부는 정치공세라 치부하지 말고 그 불편한 시선에 적극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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