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혼란 부르는 중기부 장관의 화법
“제가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지난달 12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뒤 차에 오르려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기자가 “일자리안정자금을 더 늘릴 것이냐”고 묻자 홍 장관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인 1월11일 홍 장관은 서울 창신동 의류 제조 소상공인특화센터를 방문해 한 소상공인이 “일자리안정자금이 올해 한시적으로 실시되는 것이라 신청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하자 “(내년에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자 중기부는 “내년 연장이 아니라 올해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말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24시간 새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해 ‘기한 연장→규모 확대→전면 부인’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보완책으로 예산 3조원짜리 일자리안정자금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중기부 홍 장관의 모호한 화법이 혼란을 빚었다. 지난 주말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조건 급여 기준을 “월 19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조정하겠다”고 돌발 발언했다.

그러나 중기부는 이날 오후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비과세 수당 20만원을 더한 210만원”이라며 “현재 제조업에 적용하고 있는 기준을 서비스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19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원을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장에서 이 조건으론 신청할 기업이 거의 없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고용노동부는 결국 6일 보완책을 발표했다.

제대로 된 현장 실태 조사도 없이 도입한 정책에 대해 장관까지 나서 혼란을 부추겼다. 홍 장관이 정책 세부 내용은 물론 주무 장관 발언이 지니는 파급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내놓은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동안 한파를 견디며 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속은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