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34개국 중 7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015년, 2016년 5위로 올라섰던 한국 과학기술 혁신역량이 두 계단 내려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추가된 데다 네덜란드에 밀리면서 순위가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원인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에서는 이스라엘과 1, 2위를 다투는 국가다. 인구 1만 명당 연구원 수도 70.42명으로 3위권이다. 하지만 질적 성과와 연구환경은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15년간 SCI(국제과학논문인용색인)급 논문 수와 특허등록 건수는 각각 10위와 4위로 나타났지만, 연구원 1인당 논문 인용 수는 33위, R&D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은 28위에 불과했다. 투입은 많은데 정작 질적 성과는 별로인 이른바 ‘코리안 패러독스’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여기에 혁신적인 환경 조성에 필요한 새로운 문화에 대한 태도 29위, 글로벌화를 보여주는 GDP 대비 해외투자와 외국인 투자 비중 28위, 기업 간 기술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 26위 등 환경적 요소가 뒤처진 것도 여전하다.

질적 성과, 연구환경 등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본다. 논문 수, 특허등록 건수 등 정량적이고 획일적인 연구평가부터 바꿔야 한다. 실패를 벌주는 풍토에서 위험을 무릅쓴 도전적인 연구가 시도될 리 없다. 관료가 연구분야, 투자 규모, 심지어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 한 자율적·개방적 연구환경도 불가능하다.

기술협력 등 오픈 이노베이션이 촉진되려면 기업이 분발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그 전에 각종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 특히 기업 간 기술협력 필요성이 높은 신기술·신산업 분야 ‘규제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다. 과기정통부는 순위 하락에 대한 해명에 급급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가 R&D 정책의 일대 혁신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