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연이틀 대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어제는 현대자동차 자율주행 수소차 넥쏘를 시승하고, 성남 판교기업지원허브에서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전날에는 근로시간을 줄여 5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인 한화큐셀을 찾았다. “대기업이 국정 주요 과제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대통령의 주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잇따른 ‘대기업 현장 방문’은 심상치 않은 일자리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며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만들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악화일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열린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비상한 각오’와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지만 금방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를 늘린) 한화큐셀을 업어드리러 왔다”는 문 대통령의 덕담은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절박감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법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혁파하고, 세금을 줄이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날 것이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 시장이 감내하기 어려운 정책들이 쏟아지고, ‘대기업-중소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기업을 구분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고용과 투자도 줄어든다. 친(親)시장·친기업 정책이 최고의 고용촉진책이라는 것은 미국과 일본, 프랑스 사례에서 거듭 확인된다.

미국은 법인세율 인하 등에 힘입어 기업들이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거나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S&P 500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33%가 설비투자와 채용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일본은 수도권 규제를 없애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했다. 그 결과 일자리가 크게 늘어 기업이 구인난을 호소할 정도다. 프랑스도 노동 개혁과 세금 감면 등에 힘입어 경제 활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성장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 주체인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무엇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지, 무엇이 기업을 뛰게 하는지를 제대로 살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