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지난달 31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파행을 빚었다. 노동계는 “어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이 편파적이어서 위원장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어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 포기,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 포함’ 등을 주장했다. 또 “최저임금을 더 올리면 소상공인들이 거리에서 데모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용자 측에 치우친 발언으로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최저임금위 파행으로 최저임금제도 개편 논의도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같은 파행의 근본적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은 사용자 측 9명, 근로자 측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정된다. 정부 측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쥘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인상 폭(16.4%)은 과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2011~2017년 인상폭이 5~8%였던 것만 봐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 의지가 반영된 결과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최저임금 급등으로 부작용이 속출하자 정부는 슬그머니 빠져버렸다. 골치 아픈 제도 개선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에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노사 입장 차이가 큰 위원회 조직에서 쉽게 결론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마저 노동계가 불만을 터뜨리자 정부는 아예 최저임금 제도개편 논의를 노사정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생색만 내려하고 갈등조정 문제는 떠맡지 않으려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바꿔야 한다. 노사합의보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처럼 경제지표, 소득분배 상황 등을 감안해 객관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저소득층 소득은 근로장려세제와 같은 세제를 통해 보전하는 방안도 있다. 지금 같은 방식은 갈등만 증폭시키고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