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우리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무엇인가
옛날 아주 먼 옛날에도 사람들은 노래 부르기를 즐겨했다. 요즘은 워낙 많은 노래 경연대회가 각양각색으로 제공돼 일반인도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다. 노래를 부른다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노래를 많은 사람이 함께 누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음계를 가진 서양음악에서 왔다. 물론 동양에도 음악과 노래를 부르는 일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음계는 서양에서 발전해 전 세계에 퍼졌다. 서양에서 불린 옛날 노래의 기록은 성당에서 부르는 노래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유럽의 성당에서는 신을 찬양하는 성가를 불렀다. 이 노래는 지금처럼 리듬과 박자, 음의 높낮이가 다양하고 음의 길이가 길고 짧은 것으로 다양하게 부르는 노래는 아니었다. 단지 한목소리로 수도승들이 가사를 중얼거리는 느낌의 성가였다. 이때 (지금도 그렇겠지만) 교회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서 아이들도 함께 성가를 부르도록 했다고 한다. 모두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겠지만 변성기가 지난 어른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는 한 옥타브 차이가 있었다.

같은 음에도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안 옛날 사람들은 다시 질문을 하게 된다. 동시에 두 개의 다른 소리가 나도 되는 것일까. 이 질문으로부터 화음이라는 것이 발견된다. 또 화음은 어울리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도미솔, 도파라, 솔시레 같은 음정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500년이 넘게 걸렸다.

문제는 이런 발견을 통해 누리게 된 신비한 음악적 체험을 나누는 방법이다. 옛날에는 노래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세가 돼 수도원에서 성가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야 하는데 구전으로 전하기에는 성가곡이 너무 많았다. 일일이 불러서 가르치고 전하는 데 10년이 더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는 법을 종이에 적는 기법이 생겨나고, 가장 이상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법을 적을 수 있는 체계인 기보법, 즉 악보가 발명됐다. 현재 우리가 오선지라고 부르는 악보를 사용해 음과 가사를 전하고 나눌 수 있게 된 것은 이때의 발명 덕분이다. 구전으로만 가르치려면 인원과 시간의 제한이 있었지만 악보의 발명으로 세계 어디에서든지 악보를 보고 바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멜로디와 화음, 다양한 리듬은 노랫말과 함께 악보를 통해 시대와 장소를 넘어 노래를 부르고, 듣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연결해주고 있다. 이런 악보의 발명 또한 10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음악을 발견하고 발달시킨 이런 긴 과정이 진행된 때는 유럽이 가장 융성하고 부흥하던 시기가 아니라 힘들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중세 암흑기를 지나는 때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즐겁게 누리고 있는 음악은 오랜 시간과 거친 시간을 지나온 것이다.

유독 추운 날씨가 지구온난화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올해는 감기도 독하다. 맹렬한 추위로 시작하는 한 해의 첫달이 다 가고 있을 때 우리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무엇인가. 그 부르고 싶은 노래의 목표를 잃지 않으면 연말에 새로운 화음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건강하게 겨울을 나시기를….

이경재 < 서울시오페라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