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최저임금 문제가 아니라고?
“최저임금은 크게 문제가 아니고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1일 최저임금 지원대책 홍보를 위해 현장을 방문한 뒤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의 한 대목이다. 김 장관은 이날 중소 커피 프랜차이즈인 ‘빽다방’을 찾았다. 그는 “몇몇 언론 보도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만이 정말 많은 줄 알았다”며 “하지만 점주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임차료와 보증금 문제가 더 크다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높은 임차료와 불안정한 임대 기간이 해결된다면 최저임금은 받아들일 만하더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김 장관이 수많은 커피 프랜차이즈 중 빽다방을 찾은 이유는 그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곳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본사와 가맹점이 분담하는 모범 사례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빽다방 본사는 올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 15개 품목의 가격을 낮췄다. 그 덕분에 점주들은 그나마 최저임금 고통에서 덜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장은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곳들도 인건비 상승분만큼 본사에서 지원받으면 좋겠지만 모든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프랜차이즈인 것은 아닐뿐더러 수많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빽다방처럼 고통 분담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김 장관은 현장의 얘기를 듣겠다며 프랜차이즈 우등생 한 곳을 찾은 뒤 ‘최저임금은 문제가 아니다’라는 진단을 내린 셈이다.

그렇다고 실제 빽다방이 최저임금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대한 점주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본사 관계자도 “재료 공급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가격을 올리고 있어 우리가 가맹점에 넘기는 가격도 더 이상 낮추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 장관의 SNS와 고용부의 보도자료에는 이 발언이 빠지고 임대료만 강조됐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는다. 김 장관은 문제의 진원지는 임차료, 보증금이라며 “국토교통부, 중소기업벤처부(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를 이렇게 표현했다) 등 관계 부처에 전달하겠다”고 글을 끝맺었다.

고경봉 경제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