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규제혁신토론회에서 신산업과 함께 ‘융합’을 강조하며 ‘혁명적 규제 혁신’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 초점이 정부가 선정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선도사업에 맞춰졌을 뿐, 제조업 등 기존 산업에 대한 규제혁신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물론 독일 일본 등이 신산업과 제조업의 ‘쌍끌이 규제혁파’에 나서면서 산업 전반에 융합을 폭발시키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가 발표한 선도사업에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을 포함시켰지만, 이것만으로는 제조업 등 기존 산업의 일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산업과 기존산업의 경계를 명확히 가르기도 어렵지만, 대통령이 말한 융합을 위해서도 규제개혁은 전 산업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을 처음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인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제조업 복귀’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대대적인 규제 개혁에 나서는 배경엔 미국 제조업이 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재탄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자리하고 있다. 제조업이 강한 일본, 독일이 각각 ‘커넥티드 인더스트리’,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외치며 세제혜택과 함께 노동유연성 제고 등 규제개혁으로 경계를 초월한 신기술, 신산업과의 융합을 촉진하는 것도 그래서다. 선진국은 기업이 주도하는 기술과 기술, 산업과 산업의 융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보고, 규제개혁을 특정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는다.

한국 제조업이 중국의 추격으로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그럴수록 디지털 전환 등 융합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활짝 열어줘야 한다. 규제와 고비용 구조를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 제조업은 결국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제조업이 붕괴하면 신산업, 융합은 물론이고 정부가 말하는 일자리 창출도 사상누각이다. 18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영국이 제조업의 미래를 주시하며 부활을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대기업이 제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규제개혁을 꺼린다”는 말까지 나오는 현실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