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 오는 7월부터 지분율 5% 이상 외국인의 상장주식 양도소득에 세금을 매기기로 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증시를 떠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대로 시행되면 한국 증시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마크 오스틴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 대표)이라는 경고를 전달했다.

그간 외국인들은 시세차익을 올려도 세금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지분 25% 이상인 경우만 과세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지분을 25% 넘게 보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과세요건을 ‘25% 이상’에서 ‘5% 이상’으로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다. 과세에 신경 쓰지 않던 외국인의 상당수가 오는 7월부터 세금을 내야 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조세조약 미체결국과 조세조약상 과세 가능한 12개국 투자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나 금액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외국인 보유주식 가운데 지분 5%를 넘어 과세 대상인 주식의 비중은 3.7%(22조원)에 달한다. 펀드 단위로 거래소에 신고된 것만 그렇다. 개별 투자자가 여러 펀드에 나눠 보유한 지분까지 합하면 과세 대상 주식은 이보다 훨씬 많아지고 최대 10%도 넘을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 추정이다.

징세 절차상 문제도 있다. 원천징수 의무자인 증권사는 특정 외국인이 과세대상인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현재의 전산시스템상으로는 없다. 과세누락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권사는 무조건 매각금액의 11%를 원천징수하는 수밖에 없다. 외국인 투자자는 과세대상이 아님을 스스로 소명하고 환급받아야 할 처지다. 이래저래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을 떠밀어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이런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 것은 ‘고소득층 과세 강화’라는 세법 개정 방향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세법 개정에서 내국인 대주주 과세를 강화한 것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 과세 강화가 불가피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일부 고소득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려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을 뭉텅이로 쫓아내게 생겼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