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계가 정부·여당에 “중견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새 정부 들어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단 한 차례도 초청받지 못했다. 정부가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기업들과 소통해왔다고 하지만, 유독 중견기업계와의 공식적인 만남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정책간담회를 했지만 중견련과는 하지 않았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이 “소통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섭섭함을 토로할 정도다.

정부 여당은 전체 기업의 0.08%(2979개, 2016년 기준)에 불과한 중견기업이 크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 중견기업이 산업과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중견기업의 2009~2013년 연평균 고용 증가율은 12.7%로 전체 기업(3.4%)의 약 4배나 된다.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견기업이 늘어날수록 소득 양극화도 완화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 생태계의 ‘성장 사다리’인 중견기업이 곳곳에서 나와야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중견기업은 ‘찬밥 신세’다.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70여 개 새 규제가 기업을 옭아맨다. 규모 키우기를 꺼리는 ‘피터팬 신드롬’이 극성을 부릴 수밖에 없다. ‘히든 챔피언’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한국에서 유독 중견기업 수가 적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독일은 전체 기업의 0.57%, 일본은 0.55%, 미국은 0.53%가 중견기업인 데 비해 한국은 0.1%도 안 된다. 세계시장 점유율이 ‘톱3’에 드는 중견기업인 ‘히든 챔피언’의 경우 2015년 기준 독일이 1307개인 데 비해 한국은 60여 개에 불과하다.

이제부터라도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체계화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중견기업의 애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들을 혁신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신(新)산업정책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