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햇빛과 건강
현대인들은 화창한 날씨를 반가워하면서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나 양산으로 햇빛에 대비하며 외출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햇빛은 우리 건강의 우군인가 적인가?

화창한 날씨에 햇빛을 쬐면, 뇌의 세로토닌 수치를 높여 우울감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 우울증 증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늘어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뇌의 세로토닌 수치는 흐린 날보다 화창한 날에 높고, 햇빛을 쬐는 시간이 길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유럽에서도 화창한 날이 많은 나라에 비해 흐린 날이 많은 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이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햇빛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햇빛 비타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비타민 D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면역력을 높이며,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등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비타민 D 부족 상태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피부색이 검은 편이거나 비만한 경우, 그리고 낮 시간이 짧은 겨울철에 비타민 D 결핍 위험이 더 높다.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햇빛과 건강
비타민 D는 계란, 버섯, 등푸른 생선 등의 음식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햇빛을 쬐어 피부에서 비타민 D가 합성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여러 요소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으나 낮 시간에 팔과 다리를 하루 10~20분 정도만 햇빛에 노출해도 필요한 비타민 D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건강상 이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햇빛 노출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자외선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자외선은 크게 A, B, C선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유해한 C선은 오존층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은 A와 B다. 이 중 자외선 A는 피부 속까지 침투해 피부 노화와 주름을 유발하고, 자외선 B는 기미, 주근깨, 잡티 등 색소 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피부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최근 오존층 파괴로 햇빛이 더 강렬해지면서 피부암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햇빛을 건강에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얼굴 등 피부 미용이 중요한 부위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되, 팔이나 다리와 같은 신체 부위는 하루 30분 이내로 햇빛에 노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시간 햇빛에 노출될 경우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면서 화창한 날씨를 즐기면 우울감도 털어내고 피부암이나 피부 노화 위험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