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지부진한 금융계열사 정보공유
“금융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는 금융지주만의 최대 강점이자 경쟁력의 핵심 요소입니다. 금융그룹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하겠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월12일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금융경쟁력 강화 핵심 대책 중 하나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4년 일부 카드사에서 1억 건 이상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고객의 사전 동의 없는 영업 목적의 금융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금지했다. 그러나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위해선 고객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위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2년여 만에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허용하겠다고 지난해 1월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 법규도 연내 신속히 개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1년이 지난 현재 금융위 계획은 어떻게 됐을까. 금융위 관계자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라며 “당장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공유를 허용하겠다’던 1년 전 발표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이유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고객정보 공유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불과 4년 전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미뤄볼 때 정보 공유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이런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융회사에 엄격한 사전·사후 책임을 부과하고 고객의 정보 공유 거부권도 보장하겠다는 것이 1년 전 금융위의 설명이었다.

금융위가 연구용역을 의뢰한 금융연구원도 지난해 10월 ‘금융계열사 간 정보 교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또다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금융위 설명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이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이어서 흐지부지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금융위의 1년 전 발표처럼 금융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는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한 사안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무작정 미루는 것보다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는 게 정책의 연속성을 감안하더라도 바람직하다.

강경민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