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 미룰 이유 없다
무술년은 ‘황금 개띠’ 해다. 개는 책임감과 충성심이 강하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반려동물로 꼽힌다. 여기에 복과 번창함을 뜻하는 황금이 더해져 있다. 올해는 원자력이 무술년의 좋은 의미를 이어받기 바란다.

원자력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원전이 안전한가, 경제적인가, 지금의 시대상황에서 탈(脫)원전이 맞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2016년 12월20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가 지난 12일 연료교체에 들어감으로써 ‘1주기 무고장 운전’을 달성했다. 국내 지진 관측사상 최대 규모였다는 경주 지진에도 끄떡없이 안전 운전을 유지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1주기 무고장 운전으로 신고리 3호기는 세계 최초로 실증된 제3세대 가압경수로형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제3세대 원전은 1990년대부터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과거 사고의 교훈을 반영, 원자력산업의 사활을 걸고 안전성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다. 미국이 중국과 자국에 건설 중인 AP1000, 프랑스가 핀란드와 자국에 건설 중인 EPR, 일본이 개발해 수출에 진력하고 있는 APWR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후발 주자로 개발에 착수했지만 가장 먼저 준공했고, 이번에 1주기 무고장 운전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통상 준공 최초 연도에는 약간의 고장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면서 작동이 익숙지 않은 등 사정으로 고장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원전을 수입하는 국가는 항상 수출국에 증명된 실적을 요구한다. 자국의 원전건설과 운영이 지속되지 않으면 수출이 어려운 이유다.

신고리 3호기는 설계 시부터 중대 사고에 대한 대비를 반영했다. 지진에 대한 저항성도 종전 모델보다 1.5배 높였다. 경제성 역시 30% 이상 향상되는 등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강화했다. 우리보다 먼저 기술개발에 들어갔고 건설도 먼저 착수한 프랑스 EPR과 미국 AP1000이 올해에나 겨우 준공이 예상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앞서간 것이다.

올해는 한국 원자력산업에 절호의 기회가 오는 한 해다. 영국과 본격적인 원전 건설 협상이 진행될 것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어느 국가와 원전 건설을 추진할지 결정한다. 사우디는 2800메가와트(㎿) 규모 원전을 도입한다. 프랑스 EPR은 1600㎿, 미국 AP1000은 1000㎿ 규모 모델이다. 신고리 3호기는 1400㎿다. 사우디가 제시한 2800㎿라는 숫자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새겨볼 일이다. 정부는 원전수출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기 바란다.

신고리 3호기의 쌍둥이인 신고리 4호기 역시 운영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실질적인 기술심사는 모두 마쳤으나, 탈원전 분위기와 경주 지진과 관련된 안전성 추가 검토를 이유로 운영허가 발급이 늦어지고 있다. 허가가 하루 늦어질 때마다 전기 생산을 못 해 발생하는 손실액은 20여억원에 이른다. 신고리 3호기가 증명한 안전성을 볼 때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를 미룰 이유가 없다. 안전은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기술적 판단의 대상이다. 실증된 안전성을 무시하고 공포에 기반한 결정은 국민경제의 손실로 이어질 뿐이다.

필자는 20년 전 수많은 원자력 기술자들과 함께 신고리 3호기의 모델이 된 APR1400형 개발팀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APR1400 개발을 위해 자문에 응하던 미국 기술자들이 우리를 두고 ‘일벌’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원자력 기술은 얻고자 해도 쉽게 얻을 수 없다. 기술개발부터 건설, 운전까지 20여 년 동안 수많은 엔지니어의 헌신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다. 원자력은 사회를 뒷받침하는 민생의 기술임과 동시에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을 보여주는 국격의 기술이다. 탈원전 논란의 시련 속에서 묵묵히 제몫을 해 준 신고리 3호기가 무술년 새해 원전 수출로 이어지는 교두보가 되기를 바란다.

정동욱 < 중앙대 교수·원자력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