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블랙스완과 마틴 루터 킹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한 동화가 있다. 최근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목을 따서 더욱 유명해진 ‘미운 오리 새끼’다. 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료 오리들에게 외면받았던 오리가 알고 보니 눈처럼 하얀 백조였다는 내용이다. 오리들의 상식에서 벗어난 외모와 색을 가지고 있었던 이 ‘미운 오리’는 하얀 것이 상식인 백조 세계로 돌아간다. 그런데 백조가 하얗다는 것도 과연 상식일까.

2007년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가에서 투자분석가로 활동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스완(The Black Swan)》이라는 책을 통해 검은 백조 개념을 소개했다. 당시 유럽에서 백조가 하얗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니(백조의 순우리말)는 당연히 하얗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백조(白鳥)라는 한자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1697년 호주에서 이 ‘상식’을 뒤집는 일이 발생했다. 검은색 백조가 발견된 것이다. 상식을 넘어 그 당시 사람들 모두에게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금융 투자 분석가였던 탈레브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블랙스완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다.

검은 백조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상식의 파괴’다. 상식이라고 무언가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식은 언제든 전복되고 파괴돼 왔기 때문이다.

백인 우월주의에서 비롯한 인종차별 정책, 가진 자가 우월하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천민자본주의와 식민주의, 권력을 가진 자가 견제의 싹을 잘라버리고 폭압을 자행한 전체주의 모두 그 당시 기득권층에겐 당연한 상식이었다. 우리가 그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마틴 루서 킹 목사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그리고 인권이 진일보한 21세기의 지금 우리 사회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식이라 여겼던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상식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연명시키는 마약이 될 수 있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바로 미국의 공휴일인 ‘마틴 루서 킹 데이’다. 상식이라는 아집이 우리 사회가 한 걸음도 진일보할 수 없게 막는 장벽이 아닐까 돌아보게 되는 하루다.

제윤경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freedebt553@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