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통문화 파괴하는 Z세대를 잡아라
전통적인 유통산업이 위기다.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바뀐 소비 행태 때문이다. 일각에선 ‘유통산업의 종말’이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합한 유통 총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통산업은 소비자의 새로운 구매 행태에 맞춰 새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통산업 종사자는 ‘Z세대’를 주목해야 한다. Z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과 모바일 환경을 접한 세대다. 그런데 IBM과 미국 소매업협회(NRF)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소비자 중 오프라인 매장을 주로 이용한다는 사람이 온라인 사이트를 주로 이용한다는 사람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조차 구매 활동에선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Z세대가 2020년 세계적으로 26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Z세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상품개발이나 마케팅에 ‘디자인 싱킹’을 도입해 고객에게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디자인 싱킹은 고객을 신제품 기획이나 서비스 설계 단계에 참여시켜, 고객 의견에 공감할 뿐 아니라 숨겨진 고객 욕구까지 찾아내 이를 만족시킬 방안을 찾는 과정이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은 고객이 꼭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고 테스트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일례로 미국 최대 사무용품 유통업체인 스테이플스는 IBM ‘왓슨’을 도입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기기를 활용해 주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스테이플스는 자연어 기반의 주문과 배송 조회, 서비스 상담 등과 같은 새로운 쇼핑 경험을 빠르고 간편하게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둘째,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매장을 재창조해야 한다. 매장은 더 이상 물건을 진열, 판매하거나 재고를 보유하는 곳에 머물러선 안 된다. 유통기업은 매장의 미래 역할, 제공하는 고객 경험과 서비스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첨단 기술은 매장 운영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점원이 제품을 팔기 위해 매장에서 제품을 찾아 제품 정보를 수동으로 입력하고 주문을 마무리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모바일 기기를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원하는 제품의 위치를 찾거나 재고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점원은 손안에서 파악한 고객 정보와 상품 정보를 토대로 맞춤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다. 연관상품이나 부가서비스의 판매를 통해 추가 매출과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필요로 한다. 유통업계에서 대규모 R&D 투자를 한다고 하면 생소하거나 단기 수익에 직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사업 모델과 운영 혁신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R&D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신규 점포를 여는 것에 집중하던 유통기업의 투자를 디지털 기술 도입과 확산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유통은 이제 물리적 채널에서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 과정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유통산업의 미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보유한 기존 거대 유통기업이 매장을 미래에도 매력적인 자산으로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디지털 기술을 앞서 적용하고 운영에 완전히 스며들도록 하는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통산업 종사자가 Z세대에 대하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송기홍 < 한국IBM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