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리더십과 신뢰
“펭귄은 물에 들어가야 먹이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물속에는 바다표범 등 무서운 사냥꾼이 기다리고 있다. 펭귄 입장에서는 주저할 수밖에 없다. 모두 주춤거리고 있는데 한 마리가 뛰어든다. 이것이 첫 번째 펭귄이다. 불확실의 위험을 감수한 용감한 놈이다. 그제야 다른 펭귄도 따라 뛰어든다.”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의 뇌 과학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첫 번째 펭귄같이 인간도 불확실한 세계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결단을 내려 행동하는 사람을 리더라고 부른다. 리더십의 본질은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다. 신뢰할 수 없는 리더를 따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리더에 대한 유일한 정의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추종을 이끌어내는 과정이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경영의 신’이란 찬사를 받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리더십을 ‘집요하게 진실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CEO가 가장 존경하는 CEO 1위’ ‘한국을 가장 빛낸 기업인 1위’인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사업은 망해도 괜찮아. 신용을 잃으면 그것으로 끝이야”라고 했다. 읽자마자 가슴을 쿡 찌르는 명언으로,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신뢰는 정직으로부터 출발한다. 특히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남을 속일 수는 없다. 또한 신뢰를 얻으려면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가려면 한결같은 우직함이 있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자신의 인생을 간략히 얘기하며 말한 명언은 잘 알려져 있다. “Stay hungry, stay foolish.” 여기에서 ‘stay foolish’는 진짜 바보가 되라는 말이 아님을 누구나 알 것이다. 스스로 낮추고 정직하게, 좀 모자라는 듯 우직하게 항상 배워야 함을 뜻한다.

‘신뢰의 문’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야 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열린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책임의 유무를 떠나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가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다를 경우, 이는 한 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으로 신뢰가 무너지고 혼란이 야기된다.

새해에는 일상생활이든 기업경영이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사회를 구성하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전 세계 리더십의 전문가라고 일컫는 존 맥스웰의 말처럼 모든 사람은 리더이고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에.

장병우 <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bobjang1@naver.com >